전자부품을 생산하던 회사 사장의 하소연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K를 만났다. 그는 투자도 하고 경영도 정상화 시켜주겠다고 했다. 나중에야 그가 알맹이만 빼먹고 껍데기를 버리는 기업 사냥꾼이자 이름난 검사 스폰서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안 통하는 검사가 없었다. 경영권을 빼앗은 그는 불법을 자행하면서 약속한 투자는 없었다. 사장은 그를 찾아가 따졌다. 며칠 후 그가 보낸 건달들이 사장을 호텔방으로 납치했다. 건달들은 지분포기 각서를 쓰지 않으면 파묻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권력 근처에 꾀는 파리
아내가 경찰에 신고한 덕에 그는 극적으로 구출됐다. 그러나 그를 협박한 건달들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측근이 힘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정식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검사는 이런 정도 가지고 뭘 그러느냐면서 끈질기게 취하를 강요했다. 결국 그는 회사와 공장을 빼앗겼다. 그는 검사 스폰서의 피해자는 바로 자기 같은 사람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검사들도 이면에 그런 피해가 있는 건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스폰서의 청탁을 받고 동료나 경찰에 부탁해 주는 게 별 게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는 장난이지만 돌에 맞는 개구리는 죽을 지경이다. 검사 스폰서 사건에서 이른바 대가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뒷북 치는 공허한 논쟁들이 뉴스에서 쏟아져 나왔다.
뇌물을 주는 데 그들은 천재다. 제3자를 통해 정당한 계약으로 뇌물을 건넨다. 시각 장애인과 같은 법은 철저히 무기력하다. 검사 스폰서를 파헤쳤던 특별검사가 사석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검사 스폰서들 정말 머리가 좋아. 평소에 보험용으로 돈을 주는데 무슨 대가성을 찾아낼 수 있겠어? 먼저 부탁하고 돈을 주는 그런 저능아들이 아니지. 미리 돈을 줘 놓고 사람을 포섭하는 스타일이지."
특별검사도 결국 검사 스폰서를 잡는데 실패 했다. 그들은 우쭐대는 성격의 검사를 타락시키는 데는 귀신이다. 겉으로는 왕처럼 검사를 모신다. 검사들이 달콤한 권력의 미각을 느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순수한 인간적인 정을 들고 나오는데 거절하면 안 될 것 같다. 격무에 시달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그 정도는 관례라고 생각한다. 얻어먹어도 봐주지 않으면 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그러나 스폰서들은 몇 수 위다.
검사 스폰서로 유명했던 K가 이렇게 자랑했다. "부탁할 필요도 없어. 검사들이 소심하니까. 사건 하나 만들기 간단해. 다른 사람을 시켜 고소를 하고 나는 증인이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진술할 몇 놈만 검사에게 보내 똘똘 말아버리는 거야. 검사에게는 오히려 법대로 엄정하게 하라고 큰소리치는 거지. 그렇게 하면 어떤 놈도 구속시킬 수 있어."
그는 검사의 공명심을 이용해 마치 검찰권을 장악한 것 같았다. 그가 연출한 사건에서 검사들은 인형이었다. 검사 스폰서의 악마성은 법원에도 촉수를 뻗었다. 재판정은 그의 투자를 회수하는 장소였다. 올가미에 걸린 사장들에게 자기 영향권 안에 있는 증인들의 말을 바꾸어 주는데 수십억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판사는 그가 지능적으로 만든 증거와 진술을 벗어나지 못했다.
검사가 냄새 피우지 말아야
그들은 걸려도 겁먹지 않았다. 말 한마디로 막강한 검사의 옷을 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물로 알려진 한 검사 스폰서는 조사 받던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언론은 나를 죽이라고 떠들어 대도 막상 잡혀가니 대접만 좋더라고. 오히려 정보를 달라고 검사가 사정사정했으니까. 불쌍해서 한두 개 불어줬지. 그래야 나도 사니까. 그 친구들은 내가 나중에라도 말을 바꿀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하는지 몰라. 검찰이 나를 잡은 게 아니라 내가 검찰을 잡고 있었다니까. 검사들 알고 보면 아주 순진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먹고 봐주지 않으면 폭로하는 게 검사 스폰서 사건의 본질이다. 권력 근처에는 똥파리가 몰려들게 마련이다. 검사들이 보다 반듯하고 겸손해져서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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