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어 스커네이지 지음ㆍ홍한별 옮김/양철북 발행ㆍ312쪽ㆍ1만2,000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갈수록 극악무도해지고, 성공을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부모들의 걱정은 늘어만 간다. 그렇다고 로드매니저처럼 따라다니면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과목마다 가정교사를 붙이는 게 답일까.
을 쓴 미국 칼럼니스트 리노어 스커네이지는 '미국 최악의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8년 아홉 살짜리 아들이 혼자 뉴욕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도록 한 뒤 그 경험담을 '뉴욕 선'지에 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쏟아지는 비난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주위에서 수집한 각종 사례와 관련 연구들을 토대로 '과잉 육아'를 비판하면서 '자유방목 14계명'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정말 우리 사회가 그렇게 위험한 것인지 묻는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유괴되어 살해될 확률은 150만분의 1이다. 교통사고나 화재로, 혹은 물에 빠져 죽을 확률이 이보다 수십배 높다. 그렇다고 아이를 차에 태우지 않거나 수영을 금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막연한 공포감에 시달리는 현상의 원인으로 저자는 사회의 불안을 구실 삼아 매출 증대를 꾀하는 육아 산업, 그리고 공포를 파는 미디어를 지목한다. 기는 게 당연한 아이를 위한 무릎보호대나 걸음마하다 넘어질 것에 대비한 보호헬멧 등 "바보 같은" 신제품을 사느니 차라리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골라 반복적으로 다루는 범죄드라마와 뉴스를 당장 끄라는 것이 저자의 충고다.
또 부모들에게 죄책감만 심어주는 육아 관련 책에 의존하기보다는 나이 많은 어른에게 물어보는 편이 낫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는 대신 아이들이 실패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주문한다. 어차피 어떤 '헬리콥터 엄마'도 매순간 아이의 완전한 안전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무작정 아이를 풀어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자유방목을 하려면 먼저 "아이에게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는 도구를 쥐어주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늘 아이의 손을 잡고 다닐 게 아니라 자전거 안전이나 교통신호, 길을 잃었을 때의 대처법 등을 가르쳐준 뒤 때가 되면 손을 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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