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2차 발사가 실패했다. 발사 순간을 지켜보던 국민은 환호했고, 이내 환호는 탄식으로 변했다. 정확하게 발사 137초만의 일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것을 따지는 건 과학의 몫이다. 우주가 바로 과학의 공간이다. 하늘엔 수많은 별들과 함께 그것을 관찰하는 인공위성이 떠 있고, 시시각각으로 우주의 모습이 우리에게 전송되고 있다. 그런 우주의 모습과 정보를 다른 나라 위성이 아니라 우리가 쏘아 올린 우리의 위성을 통해서 보고 싶은 것, 역시 우리의 오랜 우주의 꿈이었다.
나로호 발사 준비를 하는 동안 인공위성 발사에 관한 이런저런 해설을 들었다. 들리는 말은 온통 과학적 용어뿐이었지만, 발사대에 수직으로 서 있는 흰 로켓을 보는 내 머릿속의 생각들은 자꾸만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과 신화의 세계로 나아갔다. 태어나 자란 곳은 대관령 바로 아랫마을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동네였다. 여름이면 어른들은 논밭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돌아와 어두컴컴한 마당에 멍석을 펴고 달빛과 남폿불에 의지해 저녁을 먹을 때면 하늘엔 이미 별이 빛났다. 저녁을 먹은 다음 형제들은 멍석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며 서로 알고 있는 별과 별자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우리를 순간적으로 기쁘게 하는 것이 밤하늘을 아주 천천히 가로질러 움직이는 인공위성이었다. 잠시 쳐다보면 다른 별과 마찬가지로 한 자리에 있는 듯 보이지만 좀 더 오래 쳐다보면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며 움직였다. 여러 형제들 가운데 그날 가장 먼저 인공위성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인공위성 역시 별 속에 떠 있는 또 하나의 별이었다.
그것이 별처럼 빛나도 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것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처음 달에 착륙했을 때였다. 우주기지 근처 고속도로와 바닷가에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으며 전세계 7억 인구가 지켜보았다고 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학교 가까이 가자 되돌아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오늘은 사람이 달에 처음 발을 내딛은 날이라 임시휴교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 인간이 우주로 나가는 일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의미를 임시휴교 조치 하나만으로 가슴에 와 박히도록 느꼈다.
아마도 그때부터 산골 소년의 마음 속에 우리 우주선, 우리 인공위성에 대한 꿈같은 바람이 심어졌는지도 모른다. 청소년기에 그리스 신화에서 아버지 몰래 태양의 전차를 몰다가 죽음의 사고를 낸 파에톤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랬다. 파에톤은 태양의 신 아폴론의 아들이고, 인간으로서 태양의 전차를 모는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가 무참하게 실패하지만, 옛날 사람들도 하늘을 향한 원대한 꿈과 이상을 바로 그런 신화를 통해 그려냈던 것이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발사될 때에도, 또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챌린저호 때에도 발사대에 세워진 로켓을 보며 그것이 마치 과학의 힘을 빌린 인간의 꿈으로 신과 신화의 세계로 접근해가는 태양의 전차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로호는 우리 땅에서 쏘아 올린 우리의 태양전차였다.
이번 실패로 우리 과학은 국민에게 또 하나의 의무를 지게 되었다. 그것은 어제의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국민 앞에 멋지게 로켓발사에 성공하는 일이다. 우리의 과학이 다음에는 파에톤처럼 절대 천마의 고삐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꿈을 하늘로 쏘아 올릴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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