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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예술'을 약하게 만드는 것들

입력
2010.06.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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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가 '공짜'를 없애기로 했다. 국공립 예술기관 중 예술의 전당, 국립오페라단 등 7개 기관은 다음 달부터, 나머지 3곳은 내년부터 초대권 발행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문화부가 공개한 자료는 그 동안 공연계에 얼마나 공짜가 만연했는지 잘 보여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개 기관의 초대권 배포 비율은 37%나 됐다. 전체 관람율 77.6%의 절반은 공짜 손님인 셈이다. 국립합창단의 경우 63%가 초대권이며, 관람율이 59%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두 공짜 손님으로 채웠다는 얘기다. 초대권을 받은 사람이 모두 관람을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중 32.4%는 오지도 않고 버렸다.

초대권 남발은 예술을 허약하게 만든다. 공짜 손님은 까다롭지 않다. 작품 수준이 기대에 못 미쳐도 그냥 봐 준다. 초대권은 관람료 인상을 부채질 한다. 적은 유료 관객으로 비용을 빼내려면 어쩔 수 없다. 작품의 만족도에 비해 입장료가 턱 없이 비싸지는 악순환으로 관객을 점점 줄어들게 만든다.

국공립 예술단체 초대권 남발

공연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오페라 가수의 고백이 증명하고 있다. 무대에 서서 객석이 어떤 사람들로 채워졌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공짜 손님과 유료 관객은 반응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때문에 공연을 하면서도 긴장도와 책임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외형적 성과주의, 경쟁과 수익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도 초대권 남발의 원인이다. 대부분의 국공립 예술단체들은 내막이야 어떻든 관객 숫자를 공연의 성공의 잣대로 삼는다. 그러니 초대권으로라도 공연 횟수와 객석을 채우려 한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국가에서 비용을 부담해주니 수익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작품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이 없어진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애착이 적어져 결국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공짜로 얻으면 읽지 않게 되고, 공연도 열심히 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관객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공연자는 그에 걸맞은 작품을 통해 만족을 주려고 노력할 때, 공연예술은 발전한다. 이미 민간 공연단체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원년부터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았고, 영화에도 오래 전부터 초대권이 없어졌다. 경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 동안 국립극장 단원들은 유명무실한 상시 평가제 속에서 사실상 경쟁 없는 예술활동을 해왔다. 국립이나 돈 걱정도 없었다. 엄격한 평가와 치열한 내부경쟁으로 일부 공립단체와 민간단체 단원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져도 '국립'울타리에 안주한 결과, 작품의 질과 다양성은 점점 떨어졌다. 법인화와 오디션 도입은 경쟁을 통한 체질 강화에 필수다. 물론 경쟁이 상업성으로만 치달아서는 안 되겠지만, 순수 예술이라고 안과 밖의 경쟁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아니다.

지원이 만사는 아니다

지원도 예술의 체질을 약하게 만든다. 예술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돈만으로 예술을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예술과 예술가의 정신을 갉아먹기도 한다. 예술이 돈을 무시해도 안 되지만, 돈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된다. 걱정 없이 편안하게 국민의 세금을 써도 되는 국·공립 예술기관들의 정체와 퇴보가 돈을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면, 한국영화의 추락은 정부의 돈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영화는 이제 정부의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말 그대로 상업, 권력의 자본에서 벗어나야 할 독립영화까지 정부에게 돈을 내노라고 요구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산업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무분별하게 지원을 했고, 한국영화는 그것을 당연한 권리처럼 누려왔다. 이 역시 공짜 심리다. 결과는 어떤가. 여전히 한국영화는 언제 넘어질지 모를 만큼 불안하고, 돈을 놓고 영화계의 갈등과 소란이 그칠 날이 없다. 지원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됐거나, 약은 약인데 엉뚱하게 쓰고 있다는 증거이다. 늦기 전에 올바른 처방을 찾아야 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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