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당일 행적이 불분명했던 이상의 합동참모본부 의장의 구체적 동선이 감사원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면서 이 의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군의 비밀주의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 관계자는 11일 이 의장이 사고가 발생한 3월 26일 밤 국방부 지휘통제실을 비워 부하인 합동작전본부장이 전결로 비상경계태세를 발령했고 다음 날 오전 5시께 복귀 후 자신이 정상적으로 상황을 지휘한 것처럼 문서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설명대로라면 이 의장은 도덕적 책임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이 의장의 음주 사실도 논란거리다. 이 의장은 사건 당일 계룡대에서 합동성강화토론회에 참석한 후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30여명과의 저녁 자리에서 양주 10여잔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위에서 "이 의장이 다소 음주를 했지만 업무에 지장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군 기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이란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군은 이 의장을 적극 엄호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 의장이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나 사고 당일 오후 10시42분께 지휘통제실로 복귀해 다음 날 새벽 2시께까지 각종 지시를 한 뒤 집무실로 내려갔다"며 "이 의장은 집무실에서도 3시간 정도만 휴식한 뒤 다시 지휘통제실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합참은 비상경계태세 발령과 관련해서도 "합동작전본부장이 전결로 작성한 지침이 예하 부대에 하달됐지만 이 의장이 나중에 골프 금지 등을 추가로 지시해 하달했기 때문에 문서 조작이 아니며 규정상 문제도 없다"고 항변했다.
위기관리반을 소집했다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허위보고 했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감사원은 소집 사실을 음성으로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며 "사고 직후 위기관리반에 속한 인력들이 모두 근무 위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의 뒷북 해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겉으로는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면 누가 군을 신뢰하겠나"며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의 당일 행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군이 감사원 발표로 수세에 몰리자 뒤늦게 해명하고 나선 것도 논란거리다. 자신들 입장을 강변할 때만 정보를 공개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예비역 장성은 "다소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는 이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천안함 46용사와 유족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모적 논쟁보다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군합동조사단은 15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천안함 사고 조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기에 앞서 11일(현지 시간) 미국과 일본에 대해 개별 브리핑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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