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장이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규정 대로, 이 당선자가 7월1일 취임하면 곧바로 직무정지를 고시할 예정이다.
더구나 대법원에서 이 같은 형이 확정되면 이 당선자는 도지사직까지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된 공무원의 퇴직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직 수행 여부를 결정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이르면 2개월 안에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그 때까지 이 당선자의 직무정지 논란과 도정공백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죄 선고이유
1심에 이어 2심도 유죄를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불법정치자금을 전달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 등 공여자 진술이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의 6가지 혐의에 대한 항소심과 1심의 판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 전 회장에게서 받은 2만달러 ▦서울 롯데호텔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5만달러 ▦베트남에서 박 전회장에게서 받은 5만달러 등 3가지 혐의는 1,2심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검찰 의도에 영합하는 허위진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또 1심이 무죄로 봤던 다른 3가지 혐의에 대해 2심 역시 증거부족과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변론재개 거부 이유
재판부가 이 당선자 측의 변론재개 요구를 거부한 이유를 놓고 몇 가지 해석이 뒤따른다. 재판부로선 야당과 강원도민 등의 반발을 우려해 변론재개라는 정무적 고려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판단이 정치 재판이란 비판을 자초할 것으로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변론을 재개해 재판이 7월 이후까지 진행된다 해도, 이 당선자는 1심 결과에 따라 역시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될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직무정지가 예정된 수순인 이상, 빠른 선고가 정치적 혼란을 도리어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법 2개월 내 확정할 듯
이 당선자가 상고할 뜻을 밝힌 만큼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당선자는 도지사직마저 잃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1ㆍ2심에서 인정한 사실 관계를 토대로 법 해석의 위법성 여부만 따져 이 당선자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더구나 대법원은 이 당선자처럼 박 전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기소된 송은복 전 김해시장,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등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도 있다.
대법원은 지방행정의 공백이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번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을 2개월 안에 처리토록 한 선거사범 처리기준에 따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경우 9월 이전에 이 당선자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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