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파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검찰이 검찰권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기소독점권을 완화하고, 내부감찰을 외부인에 맡기기로 했다.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상설특별검사제도 도입에 반대하면서도 검찰권력을 국민감시 하에 두는 모양새를 갖춰 신뢰를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관련기사 4면
김준규 검찰총장은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8층 회의실에서 전국검사 화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검찰개혁안을 논의해 확정했다. 김 총장은 회의에 앞서 “검찰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치고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마음 속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제도를 고쳐 검찰권 행사 시 국민의 통제를 받을 것이며, 잘못된 문화도 모두 바꾸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시민이 중요사건의 기소 여부를 직접 심의해 그 결과에 따라 기소권을 행사하는 기소배심제도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9월 기소배심제도 추진을 장기과제로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기소배심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전반을 뜯어고쳐야 하고, 사법부와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행되기는 어렵다.
기소배심제도가 법제화될 때까지는 사회 각계의 추천을 받은 시민 9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전국 검찰청에 설치해 뇌물ㆍ정치자금ㆍ부정부패 등 중요사건의 기소여부를 심의한다.
검찰은 또 기존의 감찰부를 감찰본부로 격상시키고 감찰인원도 2배로 늘려 사후적 조사에서 평상시 동향감찰로 운영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고검장급에 해당하는 감찰본부장에는 외부인사를 임명하고 2년 임기를 철저히 보장해주기로 했다. 감찰본부의 상위기구이면서 검찰총장 자문기구로 민간인으로 구성된 감찰위원회도 만들어진다. 감찰위원회는 감찰업무를 총괄하면서 비리검사에 대한 조치의견을 총장에 권고한다.
검사의 범죄는 일반 사건처럼 관할 검찰청에서 수사하지 않고, 검찰총장이 따로 특임검사를 지명해 처리한다. 특임검사는 조사 대상 검사보다 직위가 높은 검사 중에 지명되며,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그 결과만 검찰총장과 감찰위원회에 보고한다.
검사나 수사관이 금품ㆍ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파면ㆍ해임 등 중징계하고, 대가성 없는 금품ㆍ향응 수수를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앞서 ‘스폰서 검사’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는 9일 음주 일변도 회식문화 탈피, 감찰권 강화 등 제도ㆍ문화 개선안을 검찰총장에게 권고했으며, 검찰은 이를 최대한 수용키로 했다.
대검은 14일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18개 지검 차장검사와 8개 지청장이 참여하는 차장검사회의를 소집해 개혁안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총리실 산하 검ㆍ경개혁 태스크포스(TF)는 검찰과 경찰이 올린 각각의 개혁안을 논의해 18일 최종 개혁방안을 확정한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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