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조 악연
얽히고 설킨 상대국간 사연을 알고 보면 월드컵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악연'은 가장 흥미로운 요소다. 남아공월드컵 B조에도 '악연 고리'가 존재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B조의 악연을 살펴본다.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에 '4전5기 복수전'
B조에서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의 1차전은 한국-그리스전 못지않게 살 떨리는 대진이다. 나이지리아는 이번에야말로 아르헨티나에 설욕을 노리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와 A매치 상대 전적에서 1무2패로 열세다. 특히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두 차례나 맞닥뜨렸다.
나이지리아는 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속한 나이지리아는 0-1로 패해 예선 탈락의 쓴 잔을 마시게 됐다.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의 청소년대표팀과 올림픽팀도 아르헨티나의 벽에 번번이 막히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에서 나이지리아는 두 골을 모두 페널티킥골로 허용하며 1-2로 분패, 준우승에 그쳤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도 아르헨티나를 만난 나이지리아는 앙헬 디마리아(벤피카)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하며 또다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스 어게인 '1994년 월드컵' NO
B조 조편성을 받고 나서 그리스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94년 미국 대회와 너무나 유사한 조편성이 짜여졌기 때문이다. 94년 당시 그리스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불가리아와 같은 D조에 속했다. 남아공 본선 B조 대진은 불가리아를 대신해 한국이 들어왔을 뿐 너무나 흡사하다.
그리스는 미국월드컵에서 3전 전패로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던 탓에 이번 대진도 썩 달갑지 않다. 그리스로선 B조 상대국과 A매치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기 때문에 끊어야 할 악연이 많다. 그리스는 94년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0-4로 패했고, 3차전에서는 나이지리아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또 한국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1무1패를 기록하고 있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2004년에 유럽의 변방 경계를 허물었다면 2010년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악연을 끊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반면 한국은 나이지리아와 상대 전적에서 2승1무로 앞서 있고, 아르헨티나에는 2전 전패를 당했다. 한국은 허정무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맞붙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에서 1-3으로 진 아픈 기억이 있다.
더반(남아공)=김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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