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6.2지방선거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4년 전 한나라당에 참패했던 민주당이 광역단체장과 광역의회를 휩쓴 것이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압승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단체장과 의회를 야당이 장악하면서 도정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도정 대변화 예고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정부가 추진중인 청주공항 민영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주공항 민영화는 한나라당 정우택 지사가 공항활성화를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현안중의 현안. 이 당선자는 "제주와 김해에서 주민 반대로 거부된 공항 민영화를 충북도가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였다"며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민영화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국토해양부와 다시 협의하는 등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의 지역경제활성화 공약은 방법론에서부터 정 지사와 사뭇 다르다. 그의 의중에는 세종시가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선거기간 "세종시를 원안대로 제대로 추진하면 충북은 세종시의 배후도시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세종시와 충북의 상생발전 논리를 폈다. "세종시가 수정안대로 경제도시가 되면 충북에 올 기업이 세종시로 빠져나가 충북은 빈털터리가 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세종시의 미래에 대해선 "충청민의 표심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 당선자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소외 지역인 북부권(충주 제천 단양)과 남부권(보은 옥천 영동)에 도출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와 마찰 해소 관건
이 당선자의 성공 여부는 중앙정부와의 원만한 관계에 달려있다. 청주공항 활성화,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굵직한 현안 사업들이 대부분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앙에서 관련 예산을 따오는 게 중요한데, 야당 도지사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북∙남부에 도출장소를 설치하는 것도 조직개편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 당선자는 이를 의식한 듯 "지역발전에 필요한 사업들이 대부분 국책사업과 연관된 만큼 중앙정부를 적극 설득하고 국회와도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충북의 이해관계가 중앙정책에 반영되도록 중앙에서 뛰는 도지사가 되겠다"고도 했다.
도의회 견제∙감시 제 역할해야
전면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도의회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도의회를 점령한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당 도지사에게 협력할 게 확실하다. 쓸데없는 소모적 논쟁을 줄여 도정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양측이 밀월관계에 빠지면 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가 본연의 역할인 도정 견제 및 감시에 소홀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 몫이다. 한나라당 독주 체제였던 민선 4기 도의회는 같은 당 정우택 지사를 적극 지지하면서'지사 친위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권기석 대변인은 "민선 5기 도의회는 진보 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대거 진출해 과거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눈치 안 보고 도민의 권익을 챙기며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의회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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