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2-0으로 앞선 9회초 마지막 수비 2사 1루.
1회부터 마운드를 지킨 SK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20)은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삼성 3번 타자 최형우를 맞았다. 이 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은 채 볼넷 3개만 허용한 김광현은 프로 통산 11번째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달성 직전이었다. 2000년 한화 송진우 이후 무려 10년 만의 금자탑의 주인공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대기록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초구 바깥쪽 볼을 흘려 보낸 최형우는 2구째 몸쪽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1루수 옆쪽으로 총알처럼 빠져나가는 우전안타. 김광현은 물론이고, SK 수비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노히트노런이 깨지고 동점 위기에 몰리자 가차없이 마무리 이승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광현이 10일 인천 삼성전에서 노히트노런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통한의 안타를 허용했다. 역대로 아쉽게 무산된 노히트노런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였다. 이날 김광현은 최고 150㎞의 직구와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성 타선을 농락했다. 투구수는 113개. 탈삼진은 올시즌 최다인 10개를 기록하며 8회까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순항했다.
9회에도 김광현은 9번 대타 양준혁을 초구에 2루수 땅볼로, 1번 오정복을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노히트노런을 거의 손에 쥐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긴장한 듯, 2번 신명철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결국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 8과3분의2이닝 1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1실점. SK 불펜은 1-2로 쫓긴 뒤 만루 위기까지 몰렸지만, 더 이상 실점을 하지 않으며 김광현에게 승리는 챙겨줬다.
대기록은 물거품이 됐지만 김광현은 부진 이후 최근 3연승으로 시즌 7승(2패)째를 수확하며 본격적인 다승왕 경쟁에 나섰다. 이 부문 단독 선두 KIA 양현종과는 2승차. 김광현은 경기 후 "많이 아쉽다. 긴장을 한 것 같다"며 "기록은 신경 쓰지 않다가 8회에 알게 됐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그 때는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K는 0-0으로 맞선 5회 8번 임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와 1번 정근우의 적시타를 묶어 2점을 뽑아 2-1로 이겼다. 잠실에서는 LG가 선발 박명환의 7이닝 2피안타 3실점의 호투를 앞세워 한화를 7-3으로 꺾고 전날 뼈아픈 역전패를 설욕했다.
목동에서는 롯데가 이대호와 강민호, 가르시아의 홈런 5방을 앞세워 넥센을 10-5로 대파하고 올시즌 첫 6연승을 내달렸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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