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건설업체 워크아웃ㆍ퇴출 명단 발표를 앞두고 중소 건설사에 이어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까지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시공능력평가 30위권대 건설사를 포함해 '사업 좀 한다' 하는 중견급 이상 건설사들이 잇따라 쓰러진 데다, 정부도 이번만큼은 건설업계 구조조정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터라 내로라하는 중ㆍ대형 그룹 계열 건설사들도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대형사 가운데 그룹 계열의 건설업체인 K사와 D사 등 일부 업체가 살생부에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최근 사업 실적과 재무구조가 짧은 시간에 현격히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K사의 경우 최근 5년간 배당금까지 줄 정도로 사업여건이 괜찮았지만 올 1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수익구조가 갑자기 악화됐고, 부채총액도 최근 3년만에 2배 이상으로 불었다. 특히 이 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현재 시장에서 퇴출 기준으로 거론되는 'BBB+'보다 한 단계 낮은 'BBB'인 점도 살생부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D사 역시 최근 3년 연속 100억원 이상씩 현금 배당을 해왔지만 최근 수도권 대거 미분양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1분기 재무상태가 작년 연말에 큰 폭으로 나빠진 것으로 드러나 살생부에 오르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구조조정이 예기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구제 차원에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올해는 당초 세운 구조조정 잣대를 기준으로 봐주기 없이 부실업체를 솎아내는데 무게가 실릴 것이란 위기감이 퍼지면서 대기업까지 살생부설에 휩싸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으로 재무 상태가 나빠졌다고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 되진 않겠지만, 업계가 느끼는 긴장감은 기업의 크기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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