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천암함 대응실태를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경계태세와 초동 조치, 상황보고, 위기대응에 이르기까지 온통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늑장보고, 뒷북 대응 등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게다가 허위보고와 기록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니, 짐작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군 조직에 도사리고 있음을 일깨운다. 적의 기습에 당한 처지를 딱하게 여겨 감싼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다.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군의 총체적 부실을 단호히 수술해야 한다.
군은 지난해 대청해전 이후 북한의 은밀한 잠수함 공격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대잠 전력 증강배치에 소홀했다. 해군 2함대는 북 잠수정 정보도 예사로 넘겼다. 이어'어뢰피격 판단'이라는 천안함의 보고를 작전사령부와 합참에 제대로 올리지 않아 초기대응에 혼선을 초래했다. 인근 속초함이 추적한 해상 표적이 북 잠수정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도'새떼'로 바꿨다. 허술한 경계로 기습을 허용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상부의 정확한 상황 판단을 가로막은 셈이다.
돌발사태에 허둥댔을 해군과 달리 냉철한 위기 대응을 지휘했어야 할 합참의 과오는 더욱 중대하다. 늑장 보고는 물론, 해군의 외부공격 가능성 보고에서'폭발음'등을 삭제한 채 장관에게 올리고 발표했다. 위기조치반 소집과 긴급상황 전파, 전투대응태세 발령도 게을리 했다. 국방부도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고는 장관에게 거짓 보고했다.
대충 옮기기도 벅차다. 자료 공개의 혼선과 기밀 유출 등은 사소하게 보일 정도다. 군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사항만 추려 발표했다니 부실의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감사원은 대장 1명과 중장 4명 등 장성 13명과 영관급 10명 등 모두 25명을 징계대상으로 국방부에 통보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징계와 인사조치 전망에 군의 사기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군 지휘체계와 기강 확립 등 발본개혁을 위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한 징계가 선결과제이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을 치르지 않고는 군과 국방을 바로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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