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시청한 국민은 두 번 놀랐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대부분 전문가나 언론의 예상과 크게 빗나간 것에 놀라고, 방송3사의 출구조사와 케이블TV 전화조사의 예측치가 크게 차이 나는데 다시
놀랐다. 그리고 출구조사는'족집게'라고 칭찬 받았지만, 선거 전 발표된 전화 여론조사 결과나 선거 당일 전화조사 예측치는 실제와 상당한 오차를 보여 여론조사 불신론까지 나왔다.
출구·전화조사 왜 다를까
출구조사와 전화조사는 방법론적으로 차이가 있다. 출구조사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 대상인 반면, 전화 여론조사는 투표장에 가지 않을 유권자까지 포함한 조사다. 물론 계층별 예상투표율 등을 고려하여 분석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거나 특정 계층에서 체계적으로 높게 나타날 경우 분석상 오류가 존재한다. 반면 출구조사는 투표율 특성이 모두 반영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
표본추출 과정에서도 출구조사는 투표소와 응답자 선정에 과학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화조사는 유선전화 가입과 전화번호 부 등재 감소 등으로 도달률(coverage)이 전체 가구의 절반에 못 미친다. 또 재가율(在家率)의 차이로 인해 계층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게다가 출구조사는 막판 표심 변화가 반영된 최종 투표행위를 측정하지만, 전화조사는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실제 보도금지 기간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야당 후보가 상승세를 보이며 격차를 좁히는 양상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응답 상황에 차이가 있다. 출구조사는 응답자가 직접 기입하여 수거함에 넣는 방식으로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전화조사는 전화번호가 노출된 상황에서 조사원이 질문하다 보니 유권자가 의견을 밝히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천안함 사태에 다른 선거 이슈가 묻힌 점, 야당이 지지를 표명할 대안의 위상을 갖추지 못한 점,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밝힐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 점 등으로 거부감이 더 크게 작동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화 여론조사를 부정하고 외면할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측정하는 데 여전히 유용한 수단이며, 달리 마땅한 대안도 없다. 출구조사가 여러모로 전화조사보다 낫지만 당일 예측조사 이외에 일반적인 적용은 어렵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화 여론조사 개선 노력을
우선 여론조사기관의 자체 점검 노력이 필요하다. 유선전화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론적 모색이 필요하다. 전화번호 도달률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 휴대폰 활용 가능성 등 새로운 모색과 시도가 필요하다. 또 기존의 분석에 적용된 변수 이외의 다른 변수들을 고려한 분석기법을 연구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민심이 존재할 수 있음을 감안해 정성적인 접근과 한계점을 명시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을 비롯한 우리 사회도 여론조사 기능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거 정국에서 언론 매체는 지지도 숫자 위주의 경마식 보도에 매달린다. 표본오차와 조사방법 등을 명시하는 등 과거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비표본오차 요인도 상당 부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신중한 보도 태도가 아쉽다. 무엇보다 여론조사가 만능이 아니라 민심을 측정하는 유용한 도구의 하나일 뿐이라는 전제 아래 결과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김진호 한국조사협회 회장·동서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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