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천안함 사태 발생 수일 전부터 북한 잠수정의 특이 동향을 파악하는 등 어뢰 공격 징후를 알고도 대비를 소홀히 한 사실이 10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천안함 침몰 직후 북쪽으로 향하는 미상의 물체를 추격해 발포한 속초함이 당초 "북한의 신형 반잠수정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음에도 2함대사령부는 상부에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군은 사건 발생 시각을 임의로 수정하는 등 여러 차례 왜곡∙허위∙지연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이상의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장성급, 영관급 등 25명에 대해 "위기 대응 및 상황보고 등에서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국방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천안함 대응실태 중간 감사결과에 따르면 군은 사건 발생 넉 달 여 전인 지난해 11월10일 전술 토의에서 북한이 대청해전 패전 이후 잠수함(정)을 이용해 서북해역에서 우리 함정을 은밀히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군은 대잠(對潛) 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백령도 근해에 배치하는 등 적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히 "제2함대사령부 등은 사건 발생 수일 전부터 북한 잠수정 관련 정보를 전달 받고도 적정한 대응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관련 인사는 이 의장을 포함해 장성급 13명(대장 1명, 중장 4명, 소장 3명, 준장 5명)과 영관급 10명(대령 9명, 중령 1명), 국방부 고위공무원 2명이다. 이중 합참 소속은 15명이고 박정화 해군작전사령관, 황중선 합참 합동작전본부장, 김기수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오창환 공군작전사령관(이상 중장), 김동식 2함대사령관, 원태제 국방부 대변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음주설이 제기된 이 합참의장의 책임에 대해 감사원은 "지휘 책임과 개인 책임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는 합참의장의 음주설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 25명의 징계 수위는 국방부가 정하게 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왜곡ㆍ지연 보고 사실도 확인됐다. 2함대사령부는 천안함으로부터 사고 직후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상급기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과 국방부 역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추정 사건발생 시각(오후 9시15분)을 보고 받고도 임의로 오후 9시45분으로 수정해 김 장관에 보고했다. 특히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는 방공기지 근무자의 '폭발음 청취' 보고 역시 삭제한 채 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도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고도 장관에겐 소집한 것처럼 보고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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