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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폭발 추락/ 끝내 못 연 하늘門… '스페이스 클럽' 가입 다음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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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폭발 추락/ 끝내 못 연 하늘門… '스페이스 클럽' 가입 다음 기회로

입력
2010.06.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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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로호’

세계 10대 우주강국의 꿈이 다시 무너졌다. 두 번째 발사에도 실패한 나로호는 이제 3차 발사의 향방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나로호를 발사한 뒤 우리 기술로 새로운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개발하려던 계획도 이번 실패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나로호를 비롯한 국내 우주개발 계획이 전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위상 상승 기회 놓쳐

9일 나로호 발사 실패로 세계에서 10번째 ‘스페이스 클럽’으로 부상하려던 우리의 야심찬 도전도 일단 접어야 하게 됐다.

스페이스 클럽은 인공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를 자국 땅에서 우주로 발사한 나라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우주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할 위성과 이를 우주로 내보내는 수단인 발사체,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발사장 등 우주개발에 필요한 ‘3박자’를 모두 갖춘 나라들이다. 지금까지 옛 소련을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9개국이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다.

사실 스페이스 클럽은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이득이나 법적 효력, 권리, 의무 등이 전혀 없다. 이번에 들지 못했다고 해서 향후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클럽이냐 아니냐는 암묵적으로 한 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결정짓는다.

우주개발은 표면적으로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평화적 개발을 지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힘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 우주개발 경쟁을 스페이스 클럽 9개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이스 클럽 가입은 세계 우주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는 의미가 된다.

김종복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로켓 발사를 외국에만 의존할 때보다 자국의 힘으로 성공하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커지고 그만큼 국민의 자부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망스럽게도 국가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기회를 이번 나로호 발사 실패로 놓친 셈이다.

“우주개발 연구 전반 재점검 필요”

나로호 발사는 한국의 향후 우주개발 계획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었다.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하지 못했던 지금까지는 국내 우주개발 사업의 주요 목표가 ‘기술 획득’이었다. 발사에 성공하면 이제부터는 ‘개발과 활용’ 위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외국 기술과 장비를 배우고 사들이는 데서 우리 기술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쪽으로 바뀔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발사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창진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건국대 교수)은 “이번 실패로 나로호 뿐 아니라 인공위성과 발사체, 발사장 등 우주개발의 전반적인 분야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국가 연구개발(R&D) 대비 우주개발 예산 비중은 2.9%.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면 정부는 이 비중을 앞으로 적어도 5%까지는 끌어 올릴 계획이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나로호 실패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질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계획 불투명

2020년대에는 국내에서 개발되는 거의 모든 위성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발사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3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이미 시작했다. 한국형발사체가 완성되면 우리나라는 고도 700km의 원궤도에 1.5t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된다. 위성 탑재 성능 면에서 99.9kg짜리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나로호가 소형 발사체라면 한국형발사체는 중형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로호 실패로 한국형발사체 개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나로호 1단 로켓에는 추력 170t급 액체엔진이 들어갔다. 한국형발사체의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나로호 1단 추력의 2배 가까이 되는 300t급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술로 만든 액체엔진 발사체는 2002년 발사한 과학로켓(KSR)-Ⅲ이 유일하다. 당시 액체엔진의 추력은 13t급. 이런 상황에서 나로호 개발 비용의 3배가 넘는 1조 6,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발사체를 10년 안에 과연 만들어낸다는 건 무리한 계획이라는 의견이 지금도 적지 않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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