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으로 남아 있는 한국불교의 고전 문헌이 모두 우리말로 옮겨지는 대규모 간행 사업이 첫 디딤돌을 놓았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은 한국불교 문헌을 집대성한 를 완역 출판키로 하고, 1차로 7권을 번역출간했다.
동국대 출판부가 1989년부터 간행한 는 신라부터 조선까지 한국불교 고승 170여명이 남긴 문헌 323편을 전 14권에 모은 총서. 불교문화연구원은 2020년까지 10년 동안 이를 모두 번역해 출간한다는 계획인데, 완역되면 200~250권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자 원고지로 24만 매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이다. 번역 참여자는 60여명으로 불교 연구자뿐만 아니라 문(文)ㆍ사(史)ㆍ철(哲)을 망라해 구성됐다.
특히 문헌의 70~80%가 처음 번역되는 것이어서 불교 및 한국사 연구 저변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인성 불교문화원장은 “조선왕조실록 완역 만큼의 큰 충격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라불교와 조선 후기 불교 연구에도 큰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에 1차분으로 번역출간된 7권은 신라 원측(圓測ㆍ613~696) 스님의 , 고려 균여(均如ㆍ923~973) 스님의 , 조선 백파 긍선 스님(白坡 亘璇ㆍ1767~1852)의 , 조선 풍계 현정(楓溪 賢政) 스님의 , 고려 원감국사 충지(冲止ㆍ1226~1292) 스님의 , 조선 백암 성총(栢庵 性聰ㆍ1631~1700) 스님의 와 이다. 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역이다.
는 호국불교 신앙의 뿌리가 되는 ‘인왕경’을 주석한 것으로, 내적으로 불법을 지키는 것(내호ㆍ內護)이 외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길(외호ㆍ外護)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원측 스님은 신라 왕족 출신으로 당나라에 가서 현장법사와 동시대를 살았던 학승으로, 당 고종의 황후였다가 스스로 황제가 된 측천무후가 ‘살아있는 부처’로 존중했다고 전한다. 이 책은 측천무후가 황제로 등극한 뒤 씌어졌는데, “오탁의 세상에서는 삼보를 수호해야 할 자가 그릇된 법으로 삼보를 파괴하니, 이것이 나라와 자기를 망치는 인연이 될 것이다”는 등 폭군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승법계도원통기> 는 한국 화엄학의 시조로 불리는 의상(義湘ㆍ923~973) 스님의 ‘법계도’를 해설한 것인데, 의상 스님의 스승인 당나라 승려 지엄이 법계도를 지은 것으로 보는 중국 불교계의 주장을 최치원의 기록을 근거로 반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은 충지 스님의 시문집이고, 은 불교의 제반 의식에 필요한 의식문을 편집한 종합의례서로 조선 후기 불교의 의식 집전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다. 는 조선시대 정토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교리와 극락왕생의 이야기를 집약한 것으로 비구와 비구니, 왕과 신하, 선비와 백성, 악인 등의 다채로운 왕생담이 실려 있어 ‘극락왕생의 만인보’로 불린다. 은 평생을 불서 간행에 헌신한 백암 성총 스님이 지은 100수의 시를 모았으며, 은 19세기초 조선 승려가 풍랑을 만나 일본에 표류했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일승법계도원통기>
불교문화연구원은 11일 오후 1시30분 동국대 정각원에서 1차분 번역서 봉정식과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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