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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에게] (6) 김병지 "운재야 뚫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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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에게] (6) 김병지 "운재야 뚫리면 안돼!"

입력
2010.06.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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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재야! 너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렀구나. 최근 힘든 시간 보냈던 거 잘 알고 있어.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테고 외로웠을 테지.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외로운 포지션이니까.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넌 대한민국 No.1이다. 그런 생각은 결코 잊지 말았으면 해. 월드컵이란 무대에 솔직히 나도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야. 월드컵에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인 거야. 그만큼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월드컵에 나서는 거잖니.

실점하지 않으면 본전이고, 승리해도 조연에 머물러야 하는 골키퍼. 그래도 너만 믿는다. 대한민국이 모두 널 지켜보고 있단다.

넌 개인의 목표는 거의 다 이룬 셈이니 이제 국민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래. 너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잖니. 멋있게 은퇴하는 모습을 보여줘. 후배들을 잘 이끌고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너의 기쁨이 곧 모든 이의 기쁨이 될 테니까 말이야.

이제 정말 월드컵이네. 너와 다른 후배들이 누빌 월드컵 무대가 너무나 기대되고 설렌다. 나도 그라운드 밖에서 마이크를 잡고 너를 열정적으로 응원할게. 넌 분명히 할 수 있어. 파이팅! 김병지 경남 FC 플레잉 코치

● 라이벌이자 동반자인 김병지와 이운재

전성기가 훌쩍 지난 나이에도 불구, 한국을 대표하는 수문장으로 아직도 이름을 빛내고 있는 김병지(40)와 이운재(37).

김병지는 98년 프랑스월드컵 주전 골키퍼였고,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 전까지 이운재와 주전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라이벌이다. 지금도 경남 FC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김병지는 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오대영(5-0) 대패'의 악몽을 경험했지만, 이운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전 경기 출전해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2002년 이후 한국축구의 수문장 자리는 말 그대로 이운재의 독무대였다. 이운재는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인 폴란드전 이후 줄곧 한국대표팀의 골문을 책임졌다. 김병지는 2008년 한때 대표팀에 잠깐 발탁되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운재는 아시안컵 음주파문 직후 대표팀에 복귀한 2008년부터 2년 여간 허정무호가 치른 대부분의 A매치에서 주전을 독차지하며 흔들림 없는 위상을 과시했다.

두 라이벌간 대결의 백미는 단연 2004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수원과 포항의 대결에서 두 골키퍼는 '야신'급 선방을 보이며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이운재가 포항의 마지막 키커인 김병지의 슛을 막아내는 순간 이운재는 포효했고, 김병지는 고개를 숙였다.

김병지와 이운재는 라이벌답지 않게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진정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김병지의 응원에 힘입어 이운재가 남아공에서 멋진 선방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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