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사활이 걸린 일전에서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치기 위한 숨 고르기 만이 남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은 9일(이하 현지시간) 하루 종일 휴식을 취했다. 남아공 월드컵의 명운이 걸린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12일 오후 1시30분ㆍ넬슨만델라베이)에 모든 것을 쏟아 붓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허 감독은 남아공에 도착한 첫 날 훈련 일정을 공개하며 9일 휴식을 취한 뒤 10일 포트 엘리자베스로 이동, 그리스전 준비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이 시험을 코 앞에 두고 하룻동안 책을 덮고 휴식을 취한 격이다. 계획대로 시험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나오기 어려운 행동이다.
유럽 챔피언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0-1)에서 선전하며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감한 대표팀은 남아공에 도착한 후 짜인 스케줄에 따라 차분히 그리스와의 일전을 대비했다.
그리스전 준비는 허 감독의 구상대로 착착 진행중이다.
두 차례 피지컬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끌어 올렸고, 공격과 수비의 부분 전술 점검을 마쳤다. 선수들의 몸 상태는 오스트리아에 머물 때보다 크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을 안고 남아공 땅을 밟은 이들도 속속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8일 훈련에서 절정의 감각을 과시했고 박주영(AS 모나코)도 왼 팔꿈치 부상을 떨치고 연일 매서운 슈팅을 날리고 있다. 허벅지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 합류가 불투명했던 이동국(전북)은 그리스전 출전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태극 전사의 생체 리듬도 그리스전에 맞춰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8일 하루 일정을 그리스전에 맞춰 운영했다. 아침 식사 시간을 1시간 늦췄고, 그리스전이 시작되는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에 훈련을 개시해 1시간 30여분간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미니 게임을 실시했다.
현재 대표팀 분위기는 '자신감'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세 번째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김남일(톰 톰스크)은 8일"과거에 비해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경쾌한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국(전북)은 "그리스전이 기다려진다"고 투지를 보였다. 허 감독이 남아공에서 '유쾌한 도전'을 선언하며 강조했던 분위기다.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칠 준비는 끝났다.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16강으로 향한 길을 여는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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