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삼형제' '로드 넘버 원' 종방·첫방 앞두고 시청률 속앓이
'6월을 어떻게 날까.'
달아오르는 월드컵 열기에 KBS와 MBC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머리도 뜨거울 듯하다. SBS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단독으로 중계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시청률은 경악스러운 쏠림 현상을 보일 것이 뻔하다. 양사는 공동중계 약속을 깬 SBS를 형사고소까지 한 상태지만, 그렇다고 월드컵 분위기를 마냥 무시한 채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 월드컵이 끝나는 7월 12일까지 KBS와 MBC는 어느 해보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게 됐다.
월드컵 개막 D-1. 벌써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주말(12일)에 열리는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에 쏠려 있다. 상대가 같은 예선 B조에 속한 팀 가운데 승리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은 그리스인데다가, 토요일 오후 8시 30분이라는 황금 시간대에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엄청난 시청률이 예상된다. SBS는 30분 이른 오후 8시부터 경기를 생중계한다.
당장 속앓이를 하고 있는 쪽은 KBS 2TV 주말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이 드라마는 6월 첫째 주 35.5%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을 기록하며 16주째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지켰다. 그러나 12일(69회), 13일(70회) 마지막 2회분 방송이 SBS의 월드컵 중계(한국-그리스전, 알제리-슬로베니아전)와 겹치면서 불미스러운 종방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KBS 관계자는 "주 시청층(주부)이 축구팬 층과 다르기 때문에 한자릿수까지 시청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간판 드라마가 조용히 끝나는 데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더 큰 걱정은 '수상한 삼형제'의 후속작인 '결혼해 주세요', 19일 첫 방송되는 '전우' 등 새 드라마들이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는 론칭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중요한데 월드컵으로 인해 초반부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23일 '로드 넘버 원'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드라마 쪽보다 머릿속이 더 복잡하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붉은 악마가 돼 응원 열기에 휩싸일 주 시청층의 분위기를 무시하기 힘들다. 자칫 월드컵 분위기와 동떨어진 방송을 편성했다가 공영방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 특히 KBS는 수신료 인상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앞두고 있다. KBS 관계자는 "굴욕적이라는 내부 비판도 있고 SBS에 득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방송사 간 협상 결과에 매몰돼 국가적 관심사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는 이경규 등 출연자들을 남아공으로 파견해 '남자의 자격' 코너를 현지에서 제작한다. 그러나 SBS가 전시권(Public Viewing Right)을 엄격히 챙길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라 경기 장면조차 보여줄 수 없어 붉은 악마의 응원 장면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KBS는 2부작 다큐멘터리 '아프리카 파워' 등 월드컵과 관련한 다른 특집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KBS에 비해 MBC의 대응은 차가운 편이다. 9일 방송된 '황금어장'에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 황선홍 부산아이파크 감독이 출연한 것을 제외하곤, 아직까지 월드컵과 관련한 별다른 편성 계획이 없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끝난 드라마 '개인의 취향' 후속작으로 애초 6ㆍ25 특집 드라마 '로드 넘버원'을 준비했다가 이를 한국팀의 월드컵 최종예선전 이후로 미뤘다. 그 과정에서 4부작 드라마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런닝, 구' 등 2편을 긴급 편성하는 등 적잖이 월드컵 두통을 앓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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