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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개발시대 잃어버린 도덕성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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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개발시대 잃어버린 도덕성 어디에

입력
2010.06.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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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는 '위기의 남자들'로 가득하다. 아버지가 조필연(정보석)에게 살해당한 이강모(이범수)와 이성모(박상민) 형제는 살아남기 위해 온갖 험한 일을 하고, 고아가 된 이강모를 거둔 황태섭(이덕화)은 자신의 건설회사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뛴다. 조필연도 출세를 위해 악행을 저지르다 온갖 위기에 빠진다.

이 남자들이 위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그들의 세상이 정상적으로는 성공을 할 수 없어서다. 조필연은 중앙정보부에 진출하려고 미군의 기밀 문서를 빼돌렸고, 황태섭은 공사를 따내려면 로비를 해야 한다. 이강모도 황태섭의 회사에 자리잡으려고 경쟁 회사의 비리를 캔다. 어린 시절 억울한 일을 당한 이강모에게 "원래 세상은 더러운 거야. 진흙탕이라고 생각하면 돼. 몸에 흙 좀 묻었다고 포기하면 어떻게 돼?"라고 말하는 황태섭의 말은 '자이언트'속 인간들의 가치관이다.

정치인은 불법 정치자금을 모으고, 기업인들은 그 돈을 댄다. 학교에서는 교장이 권력자의 아들에게 중간고사 시험지를 유출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환경에 따라 서열이 나뉜다. 그리고, 다른 불법적인 수단이 통하지 않으면 조필연의 총으로 대표되는 폭력이 동원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정과 폭력이 일상화된 시대. '자이언트'는 이강모의 입으로 조필연에게 "당신이 아니었으면 여긴 좀 더 살만한 도시가 됐을 것"이라 일갈하며 경제적 성장과 도덕적 부패를 맞바꾼 것으로 개발 시대를 정의한다.

이강모와 이성모가 각자 아버지의 죽음과 관계된 황태섭과 조필연의 보호를 받는 것은 상징적이다. 선한 진짜 아버지는 죽었고, 성공을 위해 죄를 짓는 새 아버지의 시대가 왔다. 등장인물 사이에 우연이 반복되는 것이 거슬리지만, '자이언트'는 폭력과 계속되는 위기라는 흥미요소를 명확한 시대정신 안에서 녹여낸다. 그리고 이 시대정신은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한다. 모두 죄를 지었다. 하지만 조필연 같은 권력자는 악행을 '국가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정당화시키고, 그것을 국가 이데올로기로 발전시켜 사람들을 지배한다. 반면 가족을 찾으려고 죄를 저지른 이강모 형제나 자신의 '흙탕물'을 아는 황태섭은 계속 참회한다.

그리고 '자이언트'는 묻는다. 개발 시대는 모두에게 죄를 짓도록 했고, 우리는 그 죄 위에서 지어진 도시에서 산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강모의 선생님은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정의롭지 않다. 불의가 있으면 싸워야 한다"며 "노력하면 누구나 1등 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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