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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쇼트트랙을 스피드로 바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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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쇼트트랙을 스피드로 바꾼다고?

입력
2010.06.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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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대표를 스피드스케이팅 방식으로 뽑아?" "체육회가 스케이팅에 대해 뭘 안다고 악법을 만드나?"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타임레이스를 통해 선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쇼트트랙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8일 제6회 이사회에서 '일정 구간을 통과하는 속도로 순위를 결정하는 타임레이스 방식으로 쇼트트랙 대표를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빙상장에 모인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국 쇼트트랙을 죽일 셈이냐"고 입을 모았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마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다. 그러나 짬짜미로 승부를 담합했다는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쇼트트랙 관계자들은 분통을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이 기록 경기라면 쇼트트랙은 순위 경기다. 그래서 쇼트트랙은 속도보다 추월하는 기술과 경기운영능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은 체력싸움, 쇼트트랙은 머리싸움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선발전 규정이 바뀌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하는 현상이 생겼다.

빙상연맹은 지난 3월 이정수-곽윤기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짬짜미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법조계 인사가 모인 공동조사위원회는 특정 선수가 다른 선수를 돕지 못하도록 국가대표를 타임레이스 방식으로 선발하라고 빙상연맹에 권고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 선수는 "한국이 세계 최강이지만 속도만 놓고 보면 캐나다,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서 "추월 능력과 작전 소화 능력이 없다면 정상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쇼트트랙 선수가 타임레이스 훈련을 한다는 게 코미디가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정상에 선 건 선수와 지도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기술을 연마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생긴 문제를 바로 잡는 건 당연하지만 소뿔을 잡으려다 소를 죽여선 곤란하다.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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