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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62년간 쥐고 있던 술잔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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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62년간 쥐고 있던 술잔을 건넸다

입력
2010.06.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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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밥그릇'을 내놨다. 모든 부처가 너나없이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려온 게 오랜 관행인데 '힘 있는' 국세청이 그것도 자발적으로, 권한을 타 부처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란 반응이다.

국세청은 주류관련 업무 가운데 위생ㆍ안전관리부분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이관토록 두 기관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앞으로 주세(酒稅) 주무부처로서 세원 및 주류면허관리 업무에만 주력하고, 술의 위생이나 함유물질의 유해성여부 같은 위생안전문제는 식약청이 담당하게 된다.

사실 술 관련업무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국세청의 전유물이었다. 세수와 행정력이 절대 부족했던 탓에 국세청은 면허발급에서 술의 도수(度數), 시시콜콜한 첨가물의 양에 밀주 단속까지 술에 관한 한 모든 업무를 전담했다.

이후 세원관리와 정부 행정망이 완비되면서 '국세청이 계속 술 업무를 쥐고 있는 게 타당한가'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권한과 규제를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국세청의 이번 업무이관 결정은 백용호 청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술에 대한 국민적 수요와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밥그릇'차원에서 국세청이 계속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은 더 이상 타당치 않다는 것. 백 청장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나 원점에서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내부의 반대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업무이관을 결정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국세청 이전환 법인납세국장은 "국세청이 술의 위생ㆍ안전을 계속 담당한다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 문제를 '세원관리의 부수적 업무'로 수행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식품안전전문기관인 식약청은 맡는 게 옳다고 판단해 이관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밥그릇 반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막걸리로 대표되는 전통주 진흥업무를 농림수산식품부로 넘긴 바 있다. 막걸리의 질을 높이고 보다 고급화함으로써 국민적 쌀 소비를 촉진하려면, 농식품부에서 맡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실 일반 세정도 버거운 국세청 인력 여건에서 더 이상의 술 업무 전담은 애초 무리였다. 현재 30여명으로 구성된 국세청기술연구소에서 주류 관련 연구ㆍ분석을 하고 있는데, 이중 안전관리 및 연구를 담당하는 직원은 7명에 불과하다. 일선 세무서 역시 한두 명이 주세를 포함해 소비세 전체를 맡는 실정이다. 보통 이런 경우 대부분 부처들은 행정안전부에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데, 국세청은 사람을 늘리지 않고 거꾸로 업무를 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업무이관으로 향후 세원 및 면허관리와 그에 따른 분석 등 본질적 업무에 보다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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