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신부와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로타바이러스 장염 예방백신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에서 'PCV-1'이라는 바이러스의 단편이 발견돼 보건당국이 접종을 일시 중단시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때 백신 접종을 중단한 것은 백신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사전 경계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일 뿐이었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각국의 보건당국은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발표해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도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PCV-1 바이러스가 정말 위험할까?
PCV-1 바이러스는 '인체 무해'
이번 논란은, 미국 연구팀이 판매 중인 백신들을 시험하는 도중에 로타바이러스 장염 백신(GSK의 '로타릭스')에서 PCV-1이라는 바이러스의 단편을 발견했고, GSK가 이를 각국 보건당국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PCV-1 바이러스는 돼지고기나 그 가공품에서 발견되며,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사람 몸 속에서는 증식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로타릭스에 이어 또 다른 로타바이러스 백신인 MSD의 '로타텍'에서도 PCV 바이러스의 단편이 검출됐다. 로타텍에서는 PCV-1와 PCV-2 두 가지 종류의 바이러스 단편이 발견됐다. PCV-2는 돼지에서만 병을 일으킬 뿐, 역시 인체에는 무해하다.
로타릭스에서 PCV-1이 발견되자, FDA와 식약청이 추가 조사를 진행할 동안 백신 사용을 잠시 보류하도록 권고했고, 이후 추가 조사에서 백신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음이 밝혀지면서 보류 조치는 곧바로 해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예 처음부터 백신이 아무 문제도 없다며 계속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이미 광범위한 임상 연구를 통해 백신 안전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로타릭스는 5개 대륙에 걸쳐 9만명 이상의 영아에게 임상시험을 했고 한국과 미국, 유럽 등 116개국에서 허가 받아 전 세계적으로 6,900만 도즈가 공급됐다. 2007년 11월 국제 저널인 '란셋'에 게재된 유럽의 임상 연구를 보면, 로타릭스는 가장 많이 유행하는 5가지 로타바이러스 유형(G1, G2, G3, G4, G9)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지난해 6월 로타릭스에'글로벌 사전인증자격'을 부여했다. 이는 유엔 기구들이 개발도상국을 대신해 백신을 구매할 때 백신의 품질과 안전성, 효능 등의 조건을 충족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전염력 강한 로타바이러스 예방 접종이 최선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WHO가 '가장 먼저 퇴치해야 할 전염병'으로 지정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아주 흔한 질병이다. 생후 3~24개월에 가장 많이 감염되며, 5세 미만 영유아에서 급성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매년 5세 미만의 영유아 1억2,500만명이 감염되고, 그 중에서 6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주로 호흡기와 손을 통해 전염되는데, 전염력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아기 기저귀통이나 욕조, 세면대 등의 표면에 붙어 있다가 손이나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산후조리원이나 신생아실, 어린이집 등에서 집단생활을 통해 감염될 위험이 높다.
초기에는 열과 콧물, 기침 등 가벼운 감기 증세로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 10~20회 정도의 심한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다. 설사는 심하면 9일까지 이어져 아기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탈수 증세를 일으킬 수도 있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손 씻기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도 전염을 막기 어렵다.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로도 쉽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병동을 일정 기간 폐쇄하는 방법 외에는 바이러스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는 것이다. 치료라고 해야 잦은 설사 때문에 생기는 탈수를 막기 위해 수액(수분)을 공급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생후 6주부터 접종할 수 있어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딱히 치료법이 없으니 백신을 접종하는 수밖에 없다. 임상연구 결과, 백신을 접종하면 심한 로타바이러스 장염을 90% 예방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입원을 96%가량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10년간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을 200만 건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호주에서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영유아 기본 접종에 포함시키고 있다. WHO 전문가전략자문단(SAGE)은 모든 국가 예방접종사업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백신은 생후 6주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접종 횟수와 시기는 백신 종류에 따라 다르다. 로타릭스(GSK)는 2회, 로타텍(MSD)는 3회에 걸쳐 접종한다. 로타릭스 경우에는 생후 6주부터 1차 접종을 하고, 이후 4주 간격을 두고 2차 접종을 한다. 서두르면 생후 10주(약 3개월) 안에 2차 접종까지 가능해, 로타바이러스 감염률이 높아지는 생후 3~24개월이 되기 전에 예방 접종을 마칠 수 있다. 주사기 모양의 경구 투여기를 이용해 입으로 먹이며, 접종비는 26만원선이다. 로타텍은 생후 6주~8개월까지 3차례 복용한다. 30만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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