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4인방 웨인 루니(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25ㆍ포르투갈), 카를로스 테베스(26ㆍ아르헨티나), 박지성(29)은 맨유를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리그 3연패였다.
그러나 맨유에서 이들 4인방의 종횡무진 활약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호날두는 8,000만파운드(약 1,4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둥지를 옮겼고, 테베스는 출전 시간을 두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갈등을 빚다 지역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맨유는 2009~10시즌 첼시에 우승을 내주며 사상 첫 리그 4연패에 실패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엇갈린 행보로 흩어진 4인방이 다시 만나는 무대다. 국적이 다른 만큼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워야 하는 상황. 잉글랜드(8위), 포르투갈(3위), 아르헨티나(7위)는 모두 우승 후보다. 루니와 호날두, 테베스는 두 말할 필요 없는 각 팀의 핵심 공격수.
잉글랜드 대표팀의 장신(201㎝) 공격수 피터 크라우치는 영국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루니는 언제나 환상적이다. 사람들은 대표팀 공격을 이끌 루니의 짝이 따로 필요 없다고까지 말한다. 루니가 있기에 우승 전망도 밝다"면서 루니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2009~10시즌 리그 32경기에서 26골을 몰아친 루니다.
호날두의 뒤에는 카를로스 퀘이로스 대표팀 감독이 있다. 퀘이로스 감독은 맨유 코치 시절 햇수로 6년간 호날두와 함께 했다. 2008년부터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은 퀘이로스 감독은 누구보다 호날두를 잘 안다. "호날두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정신적으로 강하다. 축구계의 슈퍼맨이다." 데일리 스타가 보도한 퀘이로스 감독의 호날두에 대한 평가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 첫 시즌에 리그에서 26골을 넣었다. 적응을 위한 시간 따위는 필요 없었다.
루니와 호날두는 일정상 준결승에서야 맞대결을 벌일 수 있다. 4년 전 독일월드컵에서는 루니의 잉글랜드와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8강에서 만났다. 당시 루니가 포르투갈 수비수에게 반칙을 하자 호날두가 개입해 주심에게 퇴장을 요구, 맨유 동료인 둘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두 시즌 연속 4골을 넣으며 맨유의 소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박지성은 조별리그부터 '절친' 테베스를 상대한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8시30분에 열리는 B조 2차전이 그 무대다.
박지성과 테베스는 맨유에서 함께 뛰며 각별한 우정을 쌓아 왔다. 외국인 선수라는 같은 신분에다 성격도 잘 맞아 그라운드 밖에서도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친했다. 그러나 조국의 명예 앞에 양보는 없다. 테베스는 클라린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무대 월드컵이다. 4년 전보다 훨씬 잘 준비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테베스는 2009~10시즌 리그 23골을 퍼부어 자신을 내치다시피 한 퍼거슨 맨유 감독의 한숨을 불러일으켰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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