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의 이변 중 하나가 사전 여론조사의 예측이 크게 빗나가고, 출구조사가 정확한 예측을 한 것이다. 그 동안 여론조사를 의심쩍게 바라보았던 이들은 이번 선거조사의 실패를 계기로 여론조사를 더욱 불신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기껏해야 1,500명 남짓한 사람을 조사한 것이고, 설문지를 자의적으로 만들 수 있고, 결과해석도 의심스럽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화 설문에 대한 주된 비판은 전화번호부 번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번호 등재를 원치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젊은 층은 집에 유선전화가 없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못한 여론조사는 구조적으로 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으로 선거 뒤에 조사한 결과는 실제 선거결과와 유사했다. 현행 전화조사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타당하지만, 이번 예측 오류의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선거 예측 틀린 원인 불확실
또 다른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설문예측이 틀린 것에서 유래한 브래들리(Bradley) 효과이다. 설문조사에서 사회적 규범의 압력을 받는 응답자들이 실제 선호를 밝히지 못하기 때문에 설문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브래들리 효과를 천안함 사건에 적용해 보면, 규범적으로는 단호한 대북정책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압력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응답자 일부가 정부 발표에 이견을 보인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네티즌을 처벌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데,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거짓 응답을 한 것이 예측 오류의 주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1주일 사이에 그처럼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 결정을 변경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김제동씨 방송출연 취소나 여당이 안보를 선거에 이용한다는 인식 때문에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꾸고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것일까? 아니면 강남 3구 투표율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을 볼 때 여당 지지층이 정부에 불만이 생겨 투표를 포기한 것일까?
무엇이 원인이었든 사전에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선거조사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선거 1주일 전부터 조사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한 선거법도 관련이 있다. 어쨌든 좀 더 자세한 투표 정보가 제공되기 전까지는 예측 오류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지적해야 할 것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조사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 반드시 여론을 잘못 읽었다는 의미는 아니며, 더욱이 여론조사의 가치를 낮추는 것도 아니다. 선거조사는 표본선정에서 유권자 전체를 모집단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응답자 가운데는 기권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여론조사 외면 논리 경계를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 투표율이 54.5%라는 것은 유권자의 45.5%는 투표하지 않았고, 이들의 정치적 의견은 선거결과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 결과가 성인 전체의 뜻이라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오히려 모든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알고자 한다면 여전히 선거조사가 더 타당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많은 쟁점에 관해 여론조사가 실시될 것이다. 그 결과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이번 경험을 계기로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폄하하고, 여론을 무시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민주주의에서 여론에 반응하지 않는 정부는 더 이상 민주정부일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재 금지된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의 허용 등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경험을 빌미로 여론조사를 외면하는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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