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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 지휘부의 탁상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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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 지휘부의 탁상 행정

입력
2010.06.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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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인력이 다른 쪽(관리직)으로 가는 것은 물론, 인력 부족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점수까지 매기는 줄은 몰랐는데 현재 파악 중이다. 사실 예산 때문인데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지(행정안전부 소관이지) 않느냐."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형사인력은 줄이면서 더 많이 잡아오라니'라는 제목의 본보 기사(8일자 14면)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무슨 대책이냐는 투다. 수사 현장의 분위기와는 완전 동떨어진 반응이었다.

일선 경찰서에선 지난해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경찰청의 수사인력 조정작업으로 아우성이다. 실제로 본보 기사가 나간 뒤 일선 경찰서의 반응은 "정작 인원을 줄인 경찰서 중 언급 안 된 곳이 많다"거나 "다른 데는 우리보다 더하다"는 호소 일색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지휘부인 경찰청의 애매한 태도다. 인력 조정작업의 목적은 역시나 효율성과 예산 절감. 하지만 발생 건수대비 형사 인력의 비율을 제시하거나 하는 등의 구체적인 기준 없이, 어쨌든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는 두루뭉술한 지침만을 내려 일선 경찰서의 혼란을 가중시킨 꼴이 됐다. 일례로 서울 모 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팀을 세 팀에서 두 팀으로 줄이고, 팀당 인원도 한 명씩 줄였지만 밑도 끝도 없이 지금도 인원이 많다며 더 줄여야 한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예산절감이라는 목적 또한 난센스다. 경찰 본연의 임무에 따른 배치가 아닌 예산절감을 위한 인력 배치는 결국 왜곡된 수사 인력조정과 업무과중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허술한 수사와 치안불안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청은 현실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러니 대책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대개 부실수사가 사건을 키우는 법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를 경찰 수뇌부는 언제까지 반복하려 하는가.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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