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34에서 10초31.
남자육상 100m 한국기록 경신을 위해 0.03초 앞당기는데 31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마다 0.01초 줄인 셈이다. 하지만 김국영(19ㆍ안양시청)이 10초31에서 10초23까지 0.08초 단축하는 데는 불과 1시간40분 남짓한 시간만 소요됐다. 31년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이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임희남(26ㆍ광주광역시청)과 여호수아(23ㆍ인천시청)도 각각 10초32, 10초33으로 서말구(55ㆍ해군사관학교 교수)의 10초34를 허물었다. 거대한 벽처럼 한국육상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100m기록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봇물처럼 신기록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한국육상엔 100m에 못지않게 20년 이상 묵은 기록이 적지 않다. 다만 100m에 가려 관심을 덜 받았을 뿐이다. 대표적으로 200m와 1만m, 400m계주, 800m(여) 등 4종목이 있다.
200m는 장재근 국가대표 단거리 기술위원장이 1985년 아시아 육상선수권에서 일군 20초41이 26년째 요지부동이다. 전덕형(26ㆍ경찰청)이 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세운 20초65가 역대 2위에 오를 정도로 갈 길이 멀다. 400m계주(39초43)는 88 서울올림픽에서 세운 기록으로 23년째 멈춰서 있다. 이밖에 86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나온 김종윤의 1만m(28초30)도 25년째, 여중생 최세범이 세운 800m(2분05초)는 24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15년 이상 '곰팡내 나는 기록'이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종목도 400m(45초37), 800m(1분44초14), 1,500m(3분38초60), 여자 100m(11초49), 여 높이뛰기(1m93) 등 11개나 된다.
이렇듯 한국육상의 현 수준을 놓고 보면 올 11월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서도 시상대에 태극기를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다만 경기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요행만 바랄 뿐이다. 이 와중에 남자 400m계주가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재근 위원장은 "김국영과 임희남, 여호수아, 전덕형이 출전하면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를 위해 바통을 주고 받는 특별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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