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대표가 일본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오늘의 그를 있게 해준 두 명의 여성이 주목 받고 있다. 시민운동에서 정치인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여성운동가 이치카와 후사에(市川房枝)씨와 그의 평생 동지인 부인 노리코(伸子)씨다.
일본 부인유권자연맹을 이끌었던 이치카와씨는 여성참정권 운동은 물론 공창제도 부활 반대, 매춘 금지, 재군비 반대 등 사회운동에 앞장 섰던 인물이다.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1950년대 초부터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고 참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해온 그는 깨끗한 선거운동으로 유명하다.
특별한 후원ㆍ선거운동 조직 없이 그의 정책과 인품에 이끌린 지원자들이 각자 도시락을 챙겨와 돕는 선거운동방식을 평생 관철했다. 변리사로 생계를 이어가며 시민운동에 참여하던 간 총리 역시 이 같은 이치카와씨의 정치활동에 이끌려 1974년 정계에 입문했다.
간씨가 당시 '풀뿌리 1,000엔 파티'라는 아이디어로 모든 50만엔은 이치카와씨 당선의 밑거름이었다. "많은 사람에게서 조금씩 모아 최대한 쓰지 않는다"는 그의 정치자금 운영방식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40년 반려이자 한 살 연상의 사촌누나이기도 한 부인 노리코씨는 정치인 간 나오토를 만든 '동지'이다. 노리코씨는 최근 주간아사히(朝日) 인터뷰에서 1996년 간 후생장관 시절 에이즈 감염 혈액제재 사건을 시민의 시선으로 "좀더 제대로 조사하라고 닦달했다"고 말했다.
이 조사로 정부의 잘못을 밝혀내 간 장관은 일약 총리 후보감이 됐다. 남편에게 불명예스런 사건이 닥치면 대신 기자회견도 마다 않고, 지역구 선거운동도 사실상 도맡는 노리코씨 없이 현재의 간 총리는 불가능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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