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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시절 문제아 소녀에서 '꿈 전도사'로 변신한 김수영씨 "저를 보세요, 꿈을 꾸면 누구나 이룰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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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시절 문제아 소녀에서 '꿈 전도사'로 변신한 김수영씨 "저를 보세요, 꿈을 꾸면 누구나 이룰 수 있죠"

입력
2010.06.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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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어느 날 방영된 KBS '도전! 골든벨' 여수정보과학고 편을 본 독자라면 머리에 CD를 매달고 나와 자칭 '사이버 요정'이라며 너스레를 떨던 한 소녀를 기억할 것이다. 그 날 그는 실업고 출신으론 처음으로 골든벨까지 울려 화제가 됐지만, 중학교 다닐 때까지 학교 선생님 대다수가 담임하기조차 꺼리던 문제아였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8일 만난 스물 아홉 살의 그는 기자에게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 영국지사 윤활유 총괄매니저라는 직함 뒤에 그의 이름 '김수영'석 자가 박힌 명함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꿈의 전도사'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 아버지의 사업 부도와 극빈층 전락, 반항과 가출의 방황기, 그리고 실업계 학교 진학…. 그는 '상고에서도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대학도 가고 좋은 직장도 얻을 수 있다'는 중 3 담임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매달려 고교 3년과 이후 지금까지의 삶을 일궈왔다고 했다. "남이 푼 문제집을 얻어 지우개로 지워가며 한 공부"로 골든벨을 울렸던 그는 2000년 서울의 한 명문대를 전액장학금을 받고 진학했고, 졸업하자마자 금융회사인 골드만 삭스에 취업한다. "간절히 바라던 회사였어요. 그런데 취업 직후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은 겁니다…."

그 때 그는 자신의 꿈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73개의 꿈! "다행히 암은 초기라 수술로 완쾌됐어요.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삶의 행복이 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거죠." 그의 꿈 리스트에는 스노보드 배우기, 밸리댄스 공연하기 등 비교적 자잘한 것들부터 아이 입양, 장학재단 설립, 장기 기증 등 크고 장기적인 꿈들도 있다. "제 1순위 꿈이 '인생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살기'예요. 그래서 골드만삭스에서 퇴사한 직후 영국의 한 대학원을 택해 떠났고, 지금 직장을 선택한 겁니다."

그의 꿈 중에는 '삶에 도움이 되는 책 쓰기'도 있다. 지난 4월 그는 자신의 삶의 이력과 함께 꿈의 중요성을 알리는 책 를 출간, 또 하나의 꿈을 이뤄냈다. 휴가를 얻어 잠시 귀국한 그는 얼마 전 여수의 부모님에게 집 사드린 얘기도 했다. "그것도 제 꿈 리스트에 있는 거예요. 돈이 없어 한겨울을 난방도 못 하고 지내시던 어머니가 아직도 '몸이 시리다'고 하시거든요. 볕 잘 드는 예쁜 집을 사드렸어요."

그는 지난 4일 모교인 여수정보과학고를 방문, 은사와 후배들을 만났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꿈을 물어봤는데, 저희 때와는 정말 다른 게 정말 다양한 꿈들을 가슴에 품고 있더군요. 반갑고 흐뭇했어요."그는 9일 다시 고향에 내려가 자신에게 꿈의 씨앗을 심어준 중3때의 은사도 만나고, 후배들에게 꿈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강연할 계획이다. 미리 강연 주제를 귀띔해 달라고 청하자, 꿈꾸듯 아득한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이리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직접 적어보세요. 내 인생의 계약서를 쓰는 거죠. 꿈에 도전할수록 꿈은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5년 만에 제 73개의 꿈 가운데 32개를 이뤘어요…."

글·사진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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