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 2012년 라스칼라오페라단, 2013년 빈오페라단이 볼쇼이극장에서 공연해요. 지금 2015년 프로그램까지 구상 중이죠."
지난 4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신관. 극장장 아나톨리 익사노프(58)는 오페라 '오를레앙의 처녀'를 DVD로 보고 있었다. 그는 "2012년은 볼쇼이에서 36년 간 오페라를 연출한 보리스 포크롭스키(1912~2009)탄생 100주년"이라며 기념 오페라 작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세계 유명 극장의 경쟁력은 최소 2년 전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확정하는 데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익사노프는 2000년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로 극장장이 된 후 2005년 중임됐고, 2015년까지 재임 예정이다. 그는 "내가 취임하기 전 30년 동안 볼쇼이는 외국과 교류가 없었다"며 "유럽의 유명 극장과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국과의 관계도 돈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가 한국 국립발레단의 '레이몬다'에 참여하고, 10월에는 한국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외국인 솔리스트로는 처음으로 볼쇼이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 서게 되는 것도 그의 지원 덕이다.
마린스키극장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립 볼쇼이극장은 대중에 친숙하기로 유명하다. 비결을 묻자 그는 '합리적인 입장료 책정 시스템'을 들었다. "신관의 경우 850석 중 135석은 대학생과 장애인, 다자녀가정 등에 좌석을 2달러에 판매하고 있어요. 대중과 예술을 공유하려는 것이죠." 물론 VIP 티켓은 한화로 25만원까지 할 때도 있다. 볼쇼이극장은 발레단 220명, 교향악단 260명, 합창단 110명, 마임가 70명, 성악가 60명 등의 예술가를 포함한 전체 직원 2,300여명과 가족을 위한 병원, 유치원까지 갖추고 있다. 그는 "결혼한 이들이 심야공연과 해외투어 등을 마음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연간 극장 예산은 9,000만 달러 정도. 정부 지원 75%, 자체 수입 20%에 후원금이 5%쯤 된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후원 기업이다. 그는 "19년째 볼쇼이를 후원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가장 오래된 스폰서로, 극장 내 TV나 악보 전산화 기계 등 현물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쇼이극장은 본관과 신관, 크레믈린 극장으로 구성돼 있다. 1825년 건립된 본관은 현재 가림막을 하고 공사가 한창이다. 완공 후에는 3,000석의 대극장과 300석의 체임버홀이 들어서게 된다. 익사노프 극장장은 "19세기 도금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전국에서 뽑는 등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쇼이 극장은 클래식을 주로 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익사노프 극장장은 "실험적인 현대 작품도 꾸준히 공연할 것"이라며 "공연장에 새로운 것이 없으면 박물관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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