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사옥 매각, 새 수익원 발굴…'
중견 건설사의 잇따른 부도로 덩달아 건전성이 악화된 저축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상상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혼자서는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오너가 은행을 살리기 위해 다급하게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건설업계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저축은행 업계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임박한 상태다. 자산관리공사가 두 차례에 걸쳐 1조7,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매수했는데도, 지난해 말 현재 11조8,000억원에 달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연체율이 10.6%에 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실시한 PF 전수조사와 은행의 건설사 신용평가 결과에 따라 다음달 중 본격적으로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 경우 PF 부실 규모가 큰 일부 저축은행도 자산건전성 하락에 따라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이미 선제적 자본확충으로 한 숨을 돌린 대형 저축은행들이 또다시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유상증자(150억원)와 후순위채(240억원)로 자본을 늘린 솔로몬저축은행 계열의 경우 11일자로 부산솔로몬저축은행에 200억원을 더 증자할 계획이다. 토마토저축은행도 지난주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데 이어 조만간 2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를 발행키로 했다. 이밖에도 부산, 현대스위스, 한국, 제일저축은행과 W저축은행 등도 최근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거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대표 사례는 솔로몬저축은행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조성한 5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에 가장 많은 비중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기관이나 개인들로부터 수수료만 받고 투자 중개 역할을 해온 금융회사가 직접 선박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경기 동향과 해운 물동량 회복 가능성을 감안, 벌크선을 발주하는 선박펀드에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에도 관심이 많은데, 지난달 6개 코스닥업체가 발행한 BW의 75%를 저축은행이 인수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옥을 매각하는 곳도 있다. 프라임저축은행과 대영저축은행은 지난주 각각 서울 삼성동 사옥 매각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옥 매각을 통해 프라임저축은행은 240억원, 대영저축은행은 100억원 정도의 차익이 기대되는데, 이들 모두 자본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주주가 묘수를 찾지 못한 곳은 회사가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7일 웅진캐피탈이 주축인 사모펀드(PEF)에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한 서울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선제적인 자구책으로 체력을 보강한 대형사는 견뎌내겠지만,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은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며 "하반기엔 꽤 많은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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