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저 선수가 누구야."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대회 개막 직전까지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기예르모 스타빌레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제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무명 공격수는 초대 월드컵 득점왕에 오르면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연은 특별했다. 당시 예선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1-0으로 힘겹게 이긴 아르헨티나의 간판인 파레이라가 대학학기말 시험을 이유로 무작정 귀국해 버린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20~30년 대 최고의 스타 공격수 마리오가 첫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멕시코와의 2차전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고, 보카 주니어스 최고의 골잡이였던 체로 역시 갑작스럽게 공황발작을 일으켜 병상에 드러누웠다. 주전 공격수 3명이 거짓말처럼 동시에 전력에서 이탈해 버린 것이다.
당황한 프란시스코 올라사르 아르헨티나 감독은 대타로 18세의 고교생인 스타빌레를 긴급 수혈했다. 후보 선수 가운데 가장 무명이었던 스타빌레는 그 해 7월 19일 몬테비데오 센테나리오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전에서 해트트릭을 작렬했다.
작은 체구(168㎝)에도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엄청난 스피드를 앞세워 녹색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당시 4경기에서 8골을 몰아치며 첫 득점왕(골든슈)에 등극해 월드컵 역사에 획을 그었다. 아르헨티나는 개최국 우루과이의 벽을 넘지 못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스타빌레의 이름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초대 월드컵 '신데렐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웨인 루니(잉글랜드), 다비드 비야(스페인) 등 세계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누가 득점왕을 차지해 진정한 '축구 황제'로 등극할까. 아니면 80년 전 그 때처럼 '제2의 스타빌레'가 탄생할까, 이래저래 축구 팬들의 관심이 크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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