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조선의 '스포츠 영웅'이었던 사이클 선수 엄복동(嚴福童ㆍ1892~1951)이 타던 자전거가 근대문화재가 된다. 엄복동은 1910년 전조선자전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은퇴할 때까지 수많은 대회에서 일본인 선수들을 제압했다. 당시 그의 인기는 조선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과 함께 등장하는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 자전거"라는 노래가 유행할 정도였다.
문화재청은 8일 영국 러지 사가 1910~14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엄복동 자전거'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자전거는 바퀴틀이 목재인 경주용 자전거로 영국에서도 찾기 힘든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전거이며 우리나라 체육사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엄복동은 이 자전거를 사용하다 은퇴하면서 후배에게 물려줬고, 해방 전 이 자전거를 소유하게 된 박성렬 선수는 한국전쟁 때 이 자전거를 둘러메고 피난을 했다고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1930년부터 1968년까지 서울시내에서 실제로 운행했던 '전차 381호'와 숙명여고 전신인 명신여학교에 고종 황제의 순헌황귀비 엄씨가 하사한 '명신여학교 태극기ㆍ현판ㆍ완문(조선 및 대한제국의 관청이 발급한 승인문서)'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전차 381호는 일본차량회사가 1929~30년에 제작한 차량으로 희소성이 있으며, 명신여학교 태극기ㆍ현판ㆍ완문은 교육사적 가치가 큰 유물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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