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나라당 출신 박희태 의원을 18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그의 국회의장 피선은 지난해 4ㆍ29 재보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돌아온 이래 줄곧 기정사실로 여겨져 온 일이다. 국회의장이 되겠다는 남다른 그의 의욕이 원만하고 효율적인 국회 운영으로 열매 맺길 기대한다.
박 의장이 6선 의원을 거치는 동안 보여준 화합ㆍ소통형 자세는 이런 기대에 부응할 만하다. 특히 오랜 대변인 생활을 통해 같은 말이라도 상대의 처지를 고려해 최대한 여유를 두려고 애썼던 인상이 강하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의 '공신'이면서도 18대 총선 공천 탈락의 아픔을 맛본 쓴 경험,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욱 부드러워진 눈빛이 스스로 강조한 '노마지지(老馬之智)'로 온전히 이어지길 바란다.
길을 잃은 주인이 늙은 말의 경험에 기대어 방향을 잡듯, 최장의 공전과 최악의 폭력으로 얼룩진 18대 국회가 국민 신뢰를 되찾을 길이 무엇인지를 똑바로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한 방향 제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열화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갈 길을 머뭇거리는 의원들을 실제로 등에 태워 끌고 나갈 실행력이다.
이런 근본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앞세워야 할 것은 중립적 국회 운영이다. 국회법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형식적 당적 이탈 절차가 아니라 청와대나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법부와 그 수장의 각오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가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마지막 정치생명을 걸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중립적 자세로 야당의 믿음을 얻어야 국회가 민의의 전당, 대화의 타협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다.
당면 과제도 숱하다. 정부나 청와대의 자세가 어떻든, 국회는 국가 주요정책 입법과정에서 6ㆍ2 지방선거 민심을 주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야당의 요구가 집중된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여야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정의화ㆍ홍재형 부의장을 나란히 껴안아 의장단 독자적 정책방침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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