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를 예정대로 9일 실시키로 함에 따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엔 8일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아침부터 센터의 전 연구원이 참여한 가운데 시작된 최종 리허설(모의연습)은 1단과 상단으로 나눠 각각 6시간여에 걸쳐 면밀하게 진행됐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나로호의 기립을 지연시킨 기술적 문제를 거뜬히 해결해낸 후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게 된 연구원들의 눈빛에는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제 진짜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가 흘렀다.
기립 지연 문제 해결 완료
나로호 기립을 예정보다 5시간 이상 지연시킨 건 이륙 전까지 발사체의 상태를 확인하는 전기장치인 지상측정시스템(GMS). 나로호 1단 로켓 GMS와 발사대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한 현상이 나타났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8일 오후 3시30분 나로우주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이 7일 오후 나로호가 수평으로 놓인 상태에서 1단 GMS와 발사대 연결부위를 모두 분리해 점검하고 다시 연결한 결과 불안정한 현상이 해소됐다"며 "이후 밤 9시10분쯤 나로호를 기립시킨 뒤 10시쯤까지 반복 점검을 통해 안정적인 전기신호가 나오는 것을 최종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ㆍ러 기술진은 GMS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8일 새벽 1시까지 추진제 주입 장치 연결과 1단 관제장비 연계 점검, 기립 정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방위각 측정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날 오전 8시30분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주재로 나로호 관리위원회가 열렸다. 민 센터장은 "나로호 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모든 작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최종 확인하고 예정대로 리허설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작된 발사 전 최종 리허설은 특별한 이상징후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어젯밤 예상치 못한 문제를 겪은 터라 리허설 절차 하나하나가 다소 긴장된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기술진의 분위기를 전했다.
발사통제동 '잠 못 이루는 밤'
특히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MCC) 건물은 발사 전야 내내 실내등이 꺼지지 않은 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MCC는 발사와 추적, 통제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가 집약된 나로호 기술의 핵심부. 발사지휘센터(MDC)와 발사체통제센터(LCC), 비행안전통제센터(FRC)로 나뉜다.
최종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바로 MDC. 나로호 발사와 관련된 모든 시설로부터 상황과 기술적 정보를 보고 받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9일 오후 발사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MDC에서는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연구원이 발사 준비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9일 발사 예정시각 15분 전 자동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최종 발사스위치를 누르는 사람이 조 본부장이다. 그는 "발사 운용 단계에선 모든 상황이 100% 완벽해야 최종 'Go'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아주 작은 이상이라도 감지되면 즉시 발사가 중단될 것"이라며 "발사 1초 전에도 상황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단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될 수 없다는 소리다.
LCC는 발사준비작업을 단계별로 확인해 MDC로 보고하고, MDC의 최종 결정에 따라 실제 발사작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FRC에서는 나로호가 날아오른 직후부터 임무를 종료할 때까지 안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한다. 또 나로우주센터 제주추적소는 나로호가 발사된 뒤 계속 추적하고 정보를 수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 "성공 가능성 높아"
9일 오전 나로우주센터는 나로호 관리위원회 회의를 거쳐 실제 발사운용에 들어간다. 오후 1시30분 최종 발사 시각이 확정되면 발사 2시간여 전부터 나로호에 연료가 주입되기 시작한다.
발사 시각 약 20분 전 MDC에서 최종 발사 'Go' 명령이 떨어지면 이제 운명은 사람의 손을 떠나 발사 15분 전 자동 시퀀스(카운트다운)가 시작된다. 자동 시퀀스에 따라 발사 3.8초 전 1단 로켓 엔진에 불이 붙고 추력이 142t에 도달하면 나로호는 드디어 우주를 향해 치솟는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대부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차 발사 이후 10개월이 10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며 "1차 발사 때 페어링(위성 보호덮개)을 제외한 나머지는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진 못한다. 우주발사체는 100% 완벽을 추구하는 기술이다. 단 한치의 오차만 있어도 곧바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임소형 기자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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