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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작은 맹주들의 탄생

입력
2010.06.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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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재미있어졌다. 6ㆍ2 지방선거가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개인적으로 눈길이 간 것은 수도권과 그 인접 지역인 강원에서 여야의 차세대 지도자 후보들이 보여준 정치적 부침이었다. 밋밋했던 차기 대선 구도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 다양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움직임이다.

여권의 차세대 지도자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민주당 구청장 후보들에게 표를 주고도 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는 외면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니, 야당 후보가 조금만 더 믿음직스러웠다면 진작에 진 선거였다. 앞으로 4년 동안의 기회가 다시 주어졌지만 유권자의 따스한 관심을 되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구도 동요 조짐

이 때문에 야권 단일 후보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도전을 비교적 가볍게 따돌린 김문수 경기 지사의 승리가 두드러졌다. 19만 이상의 표차는 경기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득표가 한나라당에 21만 표 이상 앞섰다는 점에서 최소한 40만 표는 김 지사 개인의 득표력에 끌렸음을 보여준다. 유 전 장관에 대한 거부감 등에 따른 상대적 표차가 18만 표가 넘는다지만 그것으로도 상쇄되지 않는 득표력이다. 그는 제2의 고향인 경기의 맹주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광재 강원 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예상을 훌쩍 넘은 표차로 승리한 것은 물론 개인의 득표력이 핵심거점 주변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두 사람의 정치적 부상은 민주당 내부의 평평한 정치지형에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강원에서 수월하게 승리한 데다 출신지인 평창은 물론이고 주변 3개 자치단체의 민주당 승리를 불러 영서 중앙에 강력한 지지기반을 만들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오랫동안 무게 있는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한 강원 지역의 실정에 비추면 소(小) 맹주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고향의 확고한 신망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추세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비롯한 강원 지역의 숙원 해소라는 행운과 만난다면 영서 북부와 영동으로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송 당선자의 정치 앞길도 밝아졌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3선의 탄탄한 지지 기반인 계양구를 중심으로 인천 전체를 사실상의 영향권에 쓸어 담았다. 전통적으로 노동단체가 강세를 보인 동구와 남동구, 이른바 '접적 지역'인 강화ㆍ옹진은 처음부터 예외였다. 인천에서 이만큼 집중된 영향력을 발휘한 야당 정치인을 떠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는 단숨에 인천의 맹주로 떠오른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두관 경남 지사 당선자나 민주당 안희정 충남 지사 당선자도 눈에 띄지만 핵심거점 주변에 대한 영향력에서는 이ㆍ송 당선자와 견주기 어렵다.더욱이 민주당 전체로 이ㆍ송 당선자 정도의 지역기반을 가진 정치인으로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꼽을 수 있을 뿐이다. 정치적 영향력의 밀도나 범위는 아직 어깨를 견줄 수 없지만 정 전 장관의 '지역 한계'를 벗어나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소규모 거점의, 충성도가 묽은 맹주지만 머지않아 영역과 밀도를 배가할 잠재력을 두 사람은 이미 보여주었다.

KH 수성전략도 재고 고비

여야가 낳은 세'작은 맹주'의 정치적 성공도 사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 동요와 맞물리지 않았다면 뚜렷하게 눈에 띄기 어려웠다. 6ㆍ2 지방선거 결과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득실과 묶어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려 있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다른 모든 예비 후보를 합쳐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수준에서는 이미 후퇴했다. 과거의 압도적 지지는 야당의 마땅한 차세대 주자가 떠오르지 않아 유권자들이 박 전 대표에게 쏠렸던 데다 여권에서도 잠재적 도전자가 떠오르지 않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여야의 소맹주들이 적어도 고정된 정치지형을 흔들 수는 있는 만큼 박 전 대표도 그 동안의 '부자 몸조심'을 재고해야 할 고비에 이른 셈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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