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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의 사랑, 원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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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의 사랑, 원앙어

입력
2010.06.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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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 전 남쪽바다에 '원앙어'라는 바닷물고기가 있었습니다. '해원앙(海鴛鴦)'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생김새는 연어와 비슷하고 입이 작은 물고기였습니다. 금비늘이 있고 몸통 중간이 짧은데 꼬리가 길어 제비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이 물고기가 원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암컷과 수컷이 언제나 같이 다녔다고 합니다. 마치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새인 원앙새처럼 보여 원앙어가 되었습니다. 바다의 원앙어는 하늘의 원앙새 못지않은 뜨거운 사랑을 보였습니다. 수컷이 가면 암컷이 꼬리를 물고 '죽어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낚시를 하면 반드시 한 쌍이 잡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원앙어를 잡아 눈알을 빼내어 깨끗하게 말려, 남편은 암컷의 눈알을 아내는 수컷의 눈알을 지니고 다니면 부부사랑이 지극했다고 합니다. 사랑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다는 이 물고기 이야기를 읽다 웃음이 터집니다. 천연기념물로 대접받는 원앙새는 사실 바람둥이 새라고 합니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난다고 하지만, 죽어도 떨어지지 않는 원앙어의 사랑은 바다의 진실이라 믿습니다. 원앙어는 조선시대 후기의 학자인 김려가 마산 가까운 진동 바닷가에 유배 와서 쓴 물고기총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전하는 물고기입니다. 학자들은 그 원앙어를 '납자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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