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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 길을 묻다/ '강한 中道' 시대의 나침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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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 길을 묻다/ '강한 中道' 시대의 나침반 된다

입력
2010.06.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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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이념을 연구할 때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현상은 이른바 '이중 구도'다. 먼저 거시적 수준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이념 구도는 보수 대 중도 대 진보가 대략 3:4:3의 구도를 이루는 '단봉형(單峰形)'을 보인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법치와 인권, 포용정책과 상호주의 등 개별 이슈들에 대한 이념 구도는 중도가 약하고 보수와 진보가 강한 '쌍봉형(雙峰形)'을 드러낸다.

이런 경험적 조사는 우리 사회에서 이념갈등이 왜 치열한가를 설명해 주는 동시에 한국적 중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주요 이슈들에 대해 보수와 진보 간 시각 차이는 매우 크며, 이에 대응하여 중도는 약하고 소극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의 비중이 높은데 현실 정치나 사회에서 보수 또는 진보의 목소리가 정작 두드러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목할 것은 최근 지구적 경향이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돼 오면서 진보가 보수적 정책을 수용해 왔다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보수는 진보적 가치를 차용하고 있다. 중도로의 이념적 통섭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세계사회의 흐름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현실이다. 민주화 시대 이후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간의 정권 교체를 경험해 오면서 예각적인 이념논쟁을 겪어 왔다. 대북 정책을 제외하곤 정책적 차이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 영역에서 이념갈등이 격렬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며, 그 사회적 비용이 결코 작지 않다.

강한 중도, 적극적 중도가 요청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도가 약한 것은 주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중도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이념구도는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가 비전 및 정책의 생산적 경쟁을 벌이는 데 있다. 중도 보수든 중도 진보든 성장, 일자리, 교육, 주거, 노후 등 대내적 이슈와 남북관계, 한미․한중관계 등 대외적 이슈에 대해 콘텐츠를 갖춘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고 또 경쟁하자.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 간의 생산적 합의가 이뤄질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본디 이념은 인간다운 품격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일 따름이다. 보수든 진보든 하나의 해법과 전략만으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포함해 강한 중도, 적극적 중도가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호기(연세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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