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의지와 달리 아직은 '설익은 열매'
지난해 6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며 친서민ㆍ중도실용 기치를 내걸었다. 이명박 정권에 덧씌워진 '부자'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승부수였다. 이른바 '3대 중도실용 정책'으로 불리는 ▦미소금융 ▦보금자리주택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이 탄생한 것도 이 때였다.
그로부터 1년. 중도실용 정책의 공과에 대해선 평이 엇갈린다. 적어도 정부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는 기여를 했지만, 실제로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미소금융
한국판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인 미소금융 사업이 출범한 건 작년 9월말. 휴면예금(7,000억원), 기업 기부금(1조원), 금융권 기부금(3,000억원) 등 총 2조원의 재원이 마련됐다. 향후 10년간 신용등급이 낮은 빈곤가구 25만구에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해주고 자활을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미소금융 전국 42곳 지점에서 지금까지 지원을 받은 인원은 고작 1,000명을 조금 넘고, 대출액도 80억원에 못미친다. 은행장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홍보까지 하지만, '흥행'조짐은 전혀 없다. 정부가 회수율만을 고려해 지나치게 엄격한 자격조건을 고수하고 행정편의적으로 절차를 운용하는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범 이전부터 제기돼 온 관치 논란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가 기업과 은행의 팔을 비트는 방식으로는 원활한 작동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금자리주택
이 대통령이 작년 8ㆍ15 경축사에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지 10여일 뒤. 국토해양부는 '서민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전국에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 이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도"앞으로도 집 없는 실수요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금자리주택을 꾸준히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 달리 보금자리주택의 인기는 점점 내리막이다. 작년 10월 시범지구 모집 때 4.1대1에 달했던 경쟁률은 5월 2차 보금자리주택에서는 1.9대 1로 떨어졌다. 특히 총 6,338가구 중에 20%가 넘는 1,333가구가 미달된 건 다소 충격이었다. 보금자리주택이라도 저가 메리트가 없는 서울 강남 이외 지역은 실수요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집 한 채 당 3억, 4억원하는데 무슨 서민들을 위한 주택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취업후 학자금상환제
이른바 '등록금 후불제'로 불리는 취업후 학자금상환제(ICL). 재학시절부터 대출금 상환 부담에 몰리는 기존 제도의 폐단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당장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을 다니지 못하는 이들은 없도록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
그러나 도입 과정의 요란함과 달리 막상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다. 지난 1학기 학자금 대출(39만5,387건) 중 ICL은 10만9,426건으로 28%에 불과했다. 수혜자가 70만명에 이를 것이라던 당초 예측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 나머지 72%는 기존 일반자금 대출을 받았다.
▦연 5.7%에 달하는 고금리 ▦복리이자 산정에 따른 부담 등으로 선뜻 대출을 받기 쉽지 않은 탓이다.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긴다는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향후 성패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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