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품질의 차 만들라" 현장 누비며 밀착 경영 친환경차 개발도 힘쏟아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들어라"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이 도요타 사태를 접하고 전임직원에게 내린 지시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현대ㆍ기아차가 글로벌5 업체로 도약한 것도 취임 이후 일관되게 품질을 강조한 그의 리더십에 기인한다.
실제 올해 1월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포춘은 "자동차 업계 최고 강자(The Toughest Car Company of Them All)"라는 제목의 표지기사를 정 회장의 품질경영, 공격적이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에 주목했다.
포춘지는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 위반 딱지를 뗄 정도"라며 정 회장의 품질, 기술 중심 경영 전략과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조명했다.
호성적이 이같은 상찬을 말해준다. 세계 자동차 업계 100년만의 불황이라는 2009년 현대ㆍ기아차는 글로벌시장에서 전년대비 11% 향상된 464만여대를 판매했다. 소매판매로도 495만여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7.7%(현대차 5.2%, 기아차 2.6%)를 달성했다.
정 회장은 최근 품질로 마케팅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값싼 제품이 아니라 향상된 품질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찾는 차를 팔겠다는 것이다. 자신감은 최근 미국의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09년 신차 품질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차는 전년(114점)보다 19점 향상된 95점을 획득, 일반브랜드 부문에서 역대 최고점수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혼다(2위 99점), 도요타(3위 101점) 등을 누른 것이다. 현대차를 앞선 업체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포르쉐, 캐딜락 뿐으로 벤츠, BMW, 아우디 등까지 제친 성적이다. 1986년 '엑셀'로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일 당시'싸구려 차'라는 평가를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된 것이다.
정 회장은 현장 밀착경영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공장은 물론이고, 미국, 인도, 중국,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 등 해외 생산, 판매거점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필요한 사항을 직접 지시한다.
올해도 그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해외 출장을 떠나는 등 강행군을 하고 있다. 1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인도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2월에는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조지아 공장은 기아차의 미국 내 첫 완성차 공장으로 현대차의 앨러배마 공장과 함께 미국에서 현대ㆍ기아차 그룹의 쌍발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품질이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주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에게 "최고의 품질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장 건설 단계부터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며 공장 건설에서부터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에 들이는 공은 절대적이다. 4월에 상해엑스포 개막식후 기아차 중국공장을 방문, 품질 및 판매 현황을 점검하며 중국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5월 방한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는 베이징 3공장 건설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총 81만1,695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23.2% 상승한 총 100만대(현대차 67만대, 기아차 33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일 해외국가에서 100만대를 목표로 삼은 것은 중국시장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중국시장은 현대ㆍ기아차의 미래를 결정짓는 최대 승부처가 되고 있다"며 "올해 중국 판매 목표인 100만대를 반드시 달성해 중국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친환경차 개발 등 환경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불시에 직접 사장단을 친환경차 모형 앞에 세워두고 개발 상황 등을 꼼꼼히 물어보기도 한다. 덕분에 현대ㆍ기아차는 순수 전기차의 경우 빠르면 올해 시험용차를 선보이고 2011년부터 국내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험 운행에 돌입할 계획이다.
차세대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는 완전 무공해 운전이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를 위해 지난 해 2013년 까지 총 4조 1,000억원을 투자해 녹색성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의 성장을 두고 세계 자동차 업계는 정 회장의 공격적인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그는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해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현대ㆍ기아차의 현재보다 미래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인재 육성 어떻게/ 언어·문화 교육 年 100시간 글로벌 마인드·역량 뼛속에 스며든다
한 대의 신차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엔지니어, 생산기술, 마케팅,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인재들이 주어진 목표를 정확히 달성해야 한다. 한 분야라도 뒤쳐질 경우 고장난 차처럼 경영 목표에 이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현대ㆍ기아차의 인재육성은 엔지니어, 마케팅 등 전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의 임직원들은 1인당 매년 60시간~100시간씩 교육받는 프로그램에 따라 글로벌 인재로 거듭난다.
이 회사는 또 사내 특화 MBA 및 전문가 과정을 국내 우수 대학과 연계해 진행, 교육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해외파견 주재원 대상자의 경우에는 주재원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업무분야는 물론 현지에서 필요한 문화, 비즈니스협상, 비즈니스 매너 등도 교육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과 같은 특정지역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 1년 기간을 두고 대상자를 선발해 중국 대학 위탁교육과 개인별 중국 관련 심화과제 수행 등을 통해 해당지역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은 글로벌5 업체라는 평가에 걸맞게 외국어와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외국어 집중과정은 그룹차원에서 회화중심의 영어구사능력 집중 배양을 목표로 4~8주 코스로 운영하고 있다.
출장상황에서의 회화, 문서 작성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동차 회사의 특성에 맞게 개발됐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품 설명 등을 영어로 설명하고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브라질, 인도 등 특정 해외 지역에 사업 진출할 경우 그 나라 언어에 대한 교육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독자 개발한 이러닝 회화과정을 필수코스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HK어학당이다. 컴퓨터와 전화를 이용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포털사이트이다. HK어학당에서는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학습계획을 세워 상시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10여 개국의 어학과정이 있으며, 특히 외국 직원을 위한 외국어로 설명된 한국어 이러닝 과정도 지원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채용이 원석을 찾는 것이라면, 임직원 교육은 보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면서 "현대ㆍ기아차는 글로벌 마인드와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만큼 임직원 역량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 현대·기아차의 리더들/ 품질 경영 이끄는 전략의 귀재
"도요타 사태 남의 일이 아니다. 품질에 최선을 다해라."
올 초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가 터지자 현대ㆍ기아차 임원들에게 정몽구 회장이 내린 지시다. 각 부문별 최고경영자(CEO)들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모여 완성차가 되는 만큼 연구개발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임직원이 합심이 되지 않는다면 '품질 경영'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은 이현순 부회장이 맡고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 출시된 쏘나타는 물론 하이브리드차량, 수소연료전지 차량 등 미래 친환경차 개발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달 정 회장이 양재동 본사 임원회의에서 수소연료전지차의 개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마치자마자 현장 점검을 위해 바로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로 달려 갈 정도로 열정적이다.
설영흥 부회장은 중국 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99년 정 회장이 직접 화교 출신인 설 부회장을 당시 현대차 중국담당고문으로 발탁해 지금까지 중국통으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인사들과 정 회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지난해 중국에서 8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현재 추진중인 베이징 3공장 건설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윤여철 부회장은 노무 전문가다. 현대차 울산공장장을 지내며 현장에서 노조원들과 밤샘 마라톤 회의를 하며 전문성을 키워왔다. 그와 대면했던 조합들조차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빼놓지 않는다. 덕분에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5년 만에 임금동결에도 불구하고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대신 노조는 실익(성과금 200만원, 격려금 200만원 등)을 챙겼다. 올해 전임자 수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기아차 노조와의 임단협이 현안이다.
이정대 부회장은 대표적인 재무통. 국내는 물론 법인 지분이 복잡한 해외 생산기지까지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신종운 부회장은 품질관리를 총괄관리하고 있다. 설계에서부터 애프터서비스(AS)까지 각 부문별 과정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김용환 부회장은 사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기획통으로 정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다.
최한영 부회장은 상용차 부문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 합작사를 설립, 상용차 부문에서도 현대ㆍ기아차의 '차이나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4년까지 중국 상용차 시장점유율 20%달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워놓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벌 영업을 책임지고 있다. 기아차 사장 시절 그가 주도했던 쏘렌토R, K7, K5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그의 경영능력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겸손한 품성이지만 일은 과감하게 처리한다는 평이다. 아우디 수석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를 전격 발탁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또 아버지 정 회장처럼 현장을 중요시하고 치밀한 일처리 습관을 갖고 있다. 가령, 최근 부산국제모터쇼에 몇몇 수행원만 대동한 채 참관, 현대차 전시관 전시대의 받침판이 너무 높아 관람객들이 다칠 수 있으니 낮추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성은 부회장은 기아차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 기아차의 신차 반응이 좋아 이를 판매실적으로 잇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반기 K7과 K5의 해외 진출을 성공시켜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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