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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 길을 묻다/ 중도노선 걷는 전세계 주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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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 길을 묻다/ 중도노선 걷는 전세계 주요 지도자

입력
2010.06.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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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든 우파든… 중도 선점이 정권창출·성공의 '바로미터'로

지난달 11일 영국 보수당 주도 연정이 탄생했을 때 국내 보수언론들은 "마침내 유럽의 보수화가 완결됐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이는 복잡한 현실을 단지 '좌 아니면 우'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하는 단견이다.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의 집권은 좌편향 고든 브라운 당시 총리를 더 왼쪽으로 밀어내고 '중도'의 고지를 선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7년 6월 18일 영국 BBC방송 보도를 보자.

'제3의 길'로 상징되는 중도노선으로 인기가 높던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총리가 당내를 장악한 고든 브라운 당시 재무장관에게 밀려 사퇴한다고 발표했을 때였다. 이때 보수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직을 맡고 있던 조지 오스본 현 재무장관은 "데이비드 캐머런이야 말로 토니 블레어의 계승자"라며 상대당 총리의 노선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캐머런의'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 이미지는 이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영국 보수당_자민당 연정의 탄생을 '우발적 영국혁명'이라 명명, 중도 보수와 젊은 진보 진영 간 균형을 통해 영국에 새로운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했다.

중도노선은 소극적 중간이 아니라 우파가 복지제도 확충을 강조하고, 좌파가 성장전략을 역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대진영의 장점을 수용할 때 성공한다.

중도노선의 가장 분명한 성공사례는 현재 전세계에서 국가원수 중 가장 지지도가 높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룰라 대통령은 2000년 이후 연평균 5%의 고속성장을 이끌며 극빈층을 2,000만명 줄였고 중산층은 3,100만명 늘렸다. 올해 경제가 과열양상을 보이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금리인상과 감세혜택 중단, 정부지출 축소 등 우파의 단골 메뉴를 거침없이 선택했다.

정권의 성공이 중도노선의 적극적 채택에 좌우된다는 것은 합리적 선택을 연구하는 경제학에서는 오래된 상식이다. 미국 경제학자 헤럴드 호텔링이 1929년 공식화한 '호텔링 법칙'에 따르면 간선도로 하나뿐인 가상의 도시를 상정했을 때 그 도시 상점들은 모두 가운데 위치하려고 경쟁한다. 그래야만 좌우 양쪽의 모든 소비자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링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현 정치지형도가 대표적 예다. 건강보험개혁 추진과정에서 이념의 골이 깊어지면서 공천을 다투는 양당 예비선거에서는 극단적 주장을 하는 후보들이 공천권을 따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의회 내 중도파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로 유명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급기야 "양극단 정치인의 득세를 막기 위해 급진 중도파(radical center)운동을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프리드먼은 당파적 교리에 매몰돼 시급한 국가적 과제를 외면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호주에서 실시중인 '선호투표제'도입을 촉구했다.

이는 무당파 혹은 중도파 유권자가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극단적 성향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명 이상의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순위 득표율을 가산해 당선자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선호투표제'를 이번 총선 후 영국이 적극 도입하기로 한 것은 흥미롭다. 전세계는 적극적 중도 노선의 강화를 위해 고심 중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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