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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창간호 복원/ 마이크로 필름 입체 분석… 훼손 글자 하나하나 원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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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창간호 복원/ 마이크로 필름 입체 분석… 훼손 글자 하나하나 원형대로

입력
2010.06.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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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6월9일 발간된 한국일보 창간호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우선 제호부터 달랐다. 한반도 둘레에 궁체 붓글씨로 쓰여진 제호는 당시 이화여전 교사이자 여류 서예가로 이름을 떨치던 이미경이 쓴 것이었다. 한집의 문패나 다름없는 제호를 여성에게 맡겼다는 것 자체로도 당시로서는 적잖은 화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한국일보는 여타 일간지에 비해 여성을 배려하는 돋보이는 기획과 편집으로 여성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2개 면에 불과한 신문 지면에 2개의 사설이 실린 것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첫 번째는 는 제목으로 제3기 국회개원에 맞춘 글이고, 두 번째는 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의 사시(社是)를 처음으로 밝힌 창간사설이다. 이 사설은 이후 한국일보가 불편부당의 정도를 걷고, 중도를 지향하는 밑거름이 됐다.

1면 톱기사는 제3기 민의원 개막을 알리는 내용으로, 2면에는 이에 대한 해설기사가 실렸다. 1면 톱기사 아래에는 제네바 회의에 참석한 변영태 외무장관의 활약상을 UPI 외신기사를 토대로 다루고 있다.

1단 칼럼 은 지금도 오피니언면에 게재되고 있어 한국일보와의 긴 인연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를 두고 에는 '한국일보는 창간호에 아득한 평원에서 볼 수 있는 '地平線'을 그려놓고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지로서 힘찬 출발을 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地平線'의 위치는 달라졌지만 그 평원을 5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 오늘에 이른 것이다. 말하자면 은 한국일보의 꿈과 이상이 담긴 이정표인 셈이다'라고 적고 있다.

2면에는 소설가 염상섭의 소설 이 16일부터 연재된다는 사고가 큼지막하게 실려있어, 당시 신문소설의 영향력과 인기를 가늠케 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일보 창간호를 새롭게 복원한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산성지인 신문용지의 수명은 대략 30년. 한국일보가 보관중인 창간호 역시 세월의 더께를 이기지 못한 채 심하게 훼손돼있고, 심지어 찢어져 나간 부분도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해 연말부터 축쇄판과 마이크로 필름을 토대로 원본에서 사라진 글자를 새겨 넣는 작업을 거쳐 4개월여 만에 원본과 똑 같은 복원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현상원 정보자료부장은 "상당수 활자가 훼손돼 일일이 대조작업을 거치느라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진 역시 당시 찍었던 원본 필름을 찾아 포토샵 작업 등을 통해 원형 그대로 배열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일보 창간호에 이어 자매지인 서울경제 창간호 복원작업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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