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리더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을 주축으로 한 대표적인 조선ㆍ중공업그룹이다. 그런데 최근 하이투자증권(2008년)과 현대종합상사(2009년)를 인수한 데 이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 확보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중공업 내에서도 태양광ㆍ풍력 등 신수종사업과 해양ㆍ플랜트 등 비조선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부동의 세계 1위 조선업체이지만 신성장동력을 개척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다간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몸집이 무거운 조선ㆍ중공업그룹이면서도 시장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건 그룹 경영진의 열린 마인드가 있기에 가능하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6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기술개발과 혁신에 전념하는 학자형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다. 우주항공학ㆍ조선공학(석사)ㆍ해양공학(박사)을 넘나드는 해박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 연구개발(R&D)의 수준을 앞장서 끌어올렸다.
민 회장 본인은 80여종의 기술보고서와 180여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보유중인 국내외 특허만 220여건에 달한다. 현대중공업도 현재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29개의 세계 일류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기술제일주의 경영의 성과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매출은 2001년 민 회장이 사장으로 부임했을 당시에 비해 3배 가까운 21조1,400억원이었다. 민 회장은 올해 R&D투자를 지난해보다 45% 늘렸다. 기술개발만이 경기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첩경임을 새삼 강조한 셈이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그룹 내 최고 재무전문가로 통한다. 미국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과 현대선물 대표이사 등을 거치면서 이론과 실무경험을 두루 갖췄다. 2004~2009년 경영지원본부장 재직 시절 원자재가격 급등과 환율하락 등의 난관 속에서도 환헤지와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대책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조선ㆍ플랜트ㆍ해양부문을 두루 섭렵한 오병욱 현대중공업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설계ㆍ계약부문 전문가다. 2003년 선박의 육상건조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2005년 해양사업본부장 취임 후 5년만에 매출 규모를 3배 가까이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현대중공업에서 기술영업ㆍ설계ㆍ품질관리 등 다양한 경력을 쌓은 선박 전문가이면서 안전환경 같은 비조선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작업현장의 안전을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는 그의 경영철학은 동종업계 최저의 재해율로 나타나고 있다.
황무수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38년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선 전문가다. 1994년 국내 최초로 LNG선 건조에 성공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선박 시대를 열었고, 2008년 삼호중공업으로 옮긴 뒤 돌핀안벽 조성과 2도크 확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선박 건조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김영남 현대종합상사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중전기기 설계부문과 영업부문을 두루 거쳤으며 소통의 경영자, 국제 비즈니스의 신사 등의 애칭을 갖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전 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통해 현장 중심 사고와 소통경영을 실천하는 한편 기술ㆍ마케팅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그룹의 신규 해외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현대중공업 재정담당 총괄전무를 지낸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금융전문가다. 특유의 친화력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금융위기 직후에 이뤄진 인수합병을 성공시켰고, 지금은 업계를 선도하는 자산관리형 종합 증권사로의 도약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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