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적인 언론질서 회복위해 중도 활성화 해야"
신문의 위기가 논의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TV가 등장한 이래, 인터넷과 모바일 등 새로운 뉴스 플랫폼이 출현할 때마다 신문의 위기는 어김없이 거론됐다. 매체 진화에만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국내 신문들이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되면서, 신문 자체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현상도 신문 위기론의 한 축이 된 지 오래다. 이런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래의 한국일보는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언론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인쇄매체로서 신문의 가능성은 질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로 독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많은 신문들이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민주화보다는 정치적ㆍ경제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한 쪽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바를 정(正)자 정론(正論)지가 아니라 정치적 정론(政論)지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대립구조가 오히려 심화되고, 사실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대안적인 언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도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는 자기비판이나 상호 간의 칭찬을 하지 않는데, 중도는 사안에 따라 양쪽에 대한 칭찬과 비판을 아우를 수 있으므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 한국일보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는 말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중도가 사회적 다수인 것은 당연한 일인데, 우리나라 신문의 정치적 양극화는 독특한 현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도통합적인 성격의 신문이 하나의 미덕이 됐고, 그 대표가 한국일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신문 매체 내에서 갈등을 봉합하고 사회적으로 편향되지 않는 한국일보의 방향성은 굉장히 바람직하고 큰 존재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한국일보의 역할이 우리 사회에서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는 "단순한 중도가 아니라 실질적 중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안마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도가 인정받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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