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성보다 현지화 경영 우선 눈길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계 은행에 대해 아직도 국내 실정을 외면하고 수익성만 추구한다는 편견이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취임한 외국계 은행장들은 현지화 경영에 좀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행장이 된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이 대표적. 거의 매일 학원에서 하루 한 시간씩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힐 행장은 틈만 나면 지점을 찾고 직원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제일은행 출신인 김진관 상무에게 '은행장 대사'라는 특별한 직책을 부여한 것도 정부나 금융당국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4월말 SC제일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은 데서 알 수 있듯, 힐 행장이 노력이 진정한 성과를 낼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도 취임 초기 "외환은행 매각에만 주력할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지점을 자주 방문하며 작지만 내실 있는 은행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외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에 비해 자산규모는 절반에 불과한데도 순익규모는 거의 근접한 성과를 올렸다.
올해도 ▦지속가능하며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와 함께 ▦법규준수 및 내부통제 강화를 3대 중점 추진과제로 설정했다. 최근에는 대주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클레인 행장도 매각 작업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외국인 은행장과 달리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올 3월 무려 '4연임'에 성공했다. 항상 내실 위주의 경영에 주력해 모회사 격인 미국 씨티은행도 어려움을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긴 공로를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 수 년간 국내 은행들이 자산을 급격하게 늘리는 와중에도 자산건전화에 힘쓴 씨티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자산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 국제결제기준 자기자본비율(BIS)도 업계 최고인 17%에 이른다. 내실도 중요하지만 외형 성장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반론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주사 설립 인가를 받음에 따라 한국에서 영업을 더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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