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개발해 승부" 혁신센터 만들어 지휘 사회적 기업에도 심혈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의 것이지 예측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올해 한국 경제에 던진 화두는 '도전'이다. 그는 2월에 열린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그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기존 위상이나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일에 과감히 나서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 앉힌 뒤 전쟁에 임하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를 재차 주문한 것이다.
사실 SK는 올해 4대 그룹 중 가장 위기감이 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의 두 축인 에너지와 정보통신 사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채 정체를 맞았기 때문이다.
SK에너지와 SK텔레콤은 모두 국내 1위 사업자이지만 외형은 몇 년째 제자리다. 더군다나 1분기엔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하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던 에너지와 정보통신 분야의 중국 시장 진출도 가시적 성과가나오지 않으며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스마트폰 대응마저 늦어 최첨단 회사로 변화를 주도해 온 이미지도 손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제시한 실마리는 기술이다. 그는 사내 방송에서 "남보다 뛰어난 기술이 있으면 해외 어느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며 "그러나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이 없으면 세계화도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새로운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세계에서 통할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술력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최 회장은 올해 초 한국과 중국, 미국 등 3곳에 'SK 기술혁신센터'(TICㆍTechnology Innovation Center)란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도약형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를 세운 것.
이곳에선 내수 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 기술 기반의 '글로벌 프로덕트'(Global Product)를 발굴하기 위한 과제가 마련되고 있다. 이를 위해 SK는 올해 투자액 8조원 가운데 R&D 부문에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1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최 회장은 기술력이 갖춰지면 가장 먼저 중국 시장부터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젠 중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을 그대로 가져가는 공급자 중심의 중국 사업 접근법에서 탈피, 수요자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유와 정보통신이 SK의 핵심 역량이긴 해도 정부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는 업종의 특성상 중국 시장을 뚫긴 쉽지 않은 만큼 기존 사업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기회를 찾으라는 얘기다.
최 회장은 중국에 국내 SK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SK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는 13개 계열사가 설립한 90여개 현지 법인의 중국 내 투자와 사업전략 수립·실행 등을 총괄 관리하는 'SK차이나'를 다음달 공식 출범시킨다.
그러나 최 회장의 리더십이 더욱 호소력을 갖는 것은 한국 경제계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기업의 모습을 누구보다 앞장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 경영 외에 사회적 기업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연합글로벌컴팩트(UNGC) 이사로 활동할 정도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임직원들이 보유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전문 봉사단인 'SK 프로보노'를 만들어 신선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 SK의 리더들/ 제3의 성장동력 찾는 사람들
'에너지와 정보통신 외에 제 3의 성장동력을 찾아라.'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SK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이후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떨어진 특명이다. 그 결과 SK그룹이 찾은 제 3의 성장동력의 핵심은 중국과 신기술이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과 엑슨모빌에서 연구개발 담당 임원으로 일했던 구자영 SK에너지 총괄사장은 그린카 배터리, 청정 석탄에너지, 친환경 플라스틱인 그린폴 등 녹색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장석 SKC 사장은 과감한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세계 최초로 불소필름과 폴리에스터필름, EVA시트 등 태양 전지의 3가지 핵심소재를 모두 생산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1974년부터 SK에 몸담으며 구조조정추진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소재, 생명과학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바이오 디젤과 수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매출 대비 13~15%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생명과학 신물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보기술 분森?중국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텔레콤 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부터 SK C&C를 맡은 김신배 부회장은 중국 흑룡강전산센터 및 중국 통신장비업체 하웨이 등과 손잡고 중국 지역에 IT컨설팅 및 통신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SK네트웍스 사장을 거쳐 지난해 초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긴 정만원 사장은 통신기술과 다른 업종을 결합한 사업생산성 증대(IPE)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그는 "2020년까지 IPE 분야에서 2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해외사업 분야 매출 비중을 50% 이상 달성해 정보통신 분야의 세계 선두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그룹의 기획통인 박영호 SK㈜ 사장은 올해 초부터 SK차이나 총괄사장을 겸임하면서 한 달에 10여일 이상을 중국에 머물며 중국 중심의 세계화 전략을 다듬고 있다. 문덕규 SK E&S 사장과 최상훈 SK가스 사장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및 해양 심층수 사업 개발에,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해외 광물자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황규호 SK해운 사장은 올해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에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인재 육성 어떻게/ SK 리더십개발센터서 임원 교육… CEO 발굴하고…
SK그룹은 매년 세미나와 임원 워크숍 등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룹 연수원인 SK아카데미는 리더십개발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매년 10~15명 정도의 그룹 핵심 임원들을 선발해 1년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글로벌리더십 개발 프로그램(GLDP)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임원들이 CEO 후보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6개월 간 그룹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매니지먼트시스템 등 경영철학, 그룹 및 계열사별 경영전략, 리더십 등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나머지 6개월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글로벌 교육과정을 받는다. GLDP 과정은 처음 개설된 2006년 이후 매년 10~15명 정도의 임원이 참여하고 있다. 과정을 마친임원들은 대부분 주요 계열사의 부문장급 이상으로 승진해 핵심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무나 상무급 핵심 임원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프로그램, 조찬 세미나와 1박2일 일정으로 전략, 재무, 회계, 마케팅, 인사 등을 교육하는 인텐시브 과정도 있다. 이 과정에는 매회 70~80명의 임원들이 참여한다.
임원의 잠재력을 갖춘 핵심 팀장들을 대상으로 2개월 간 리더십, 경영역량 등을 교육하는 '하이포(Hipo) 팀장 과정'도 있다. 지난해 40여명의 팀장을 선발해 처음 운영했는데, 올해부터 임원 승진을 위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단기 해외 교육과정으로는 매년 10~15명의 임원들이 미국 선더버드 대학(Thunderbird University)에서 3주간 경영전략 등을 공부한다. 또 매년 60~80여명의 핵심 팀장 및 부장들이 4개월 동안 미국이나 중국에서 단기 경영학석사 과정을 공부하는 글로벌 매니지먼트 프로그램도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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