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준·곽승준 등 靑안팎 MB맨들이 앞장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방미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15일 주례 라디오 인터넷 연설을 통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념과 지역의 갈등 등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에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정식화되는 MB 중도실용 노선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MB 중도실용 노선은 2008년 촛불시위를 겪은 뒤 지지기반 복구를 고민하던 청와대 안팎의 참모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008년 말부터 MB의 지지기반인 중도층과 중산층의 지지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면서 "이는 집권 초 구상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이른 바 '집토끼론'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쉽게 잡을 수 없는 산 속 토끼를 잡으러 나설 게 아니라 기존 지지층인 집토끼부터 확실히 잡아 놓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가장 강하게 제기했던 청와대 참모들은 박형준 당시 홍보기획관(현 정무수석), 김두우 정무 비서관(현 메시지기획관) 등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들은 2008년 말부터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각종 전략을 담은 방안들을 이 대통령에게 줄기차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15일 연설도 박 기획관과 김 비서관의 공동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도 'MB다움으로의 복귀'라는 키워드를 만들면서 중도 노선 정립에 기여했다.
청와대 밖에서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심야 학원 교습 금지 등 중산층이 지지할 만한 이슈들을 제기하면서 중도강화론의 정치적 환경을 만들었다.
학계에서는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이, 정계에서는 한나라당 수도권지역 소장파 의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중도노선 강화 필요성을 조언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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