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이 출범한 지 올해로 만 40년이 됐다. 그리고 정광모 현 회장은 한국 소비자 권익운동의 주춧돌이자 기둥인 이 단체를 만들고 키워온 주역이다. 그간 정 회장과 연맹은 소비자보호법과 소비자피해보상 규정 등 대다수 소비자권익 보호 조치를 이끌어냈다. 경원대는 지난 4월 정 회장에게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7일 만난 그는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1968년 3월, 여기자 클럽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소비자운동을 처음 경험했어요. 레몬으로 만든 것처럼 선전한 여성용 로션이 실제로는 아니더라는 사실이 보도되자 제조업체가 제품 전량을 회수하는가 하면, 어린이용 컵 겉면에 독성 물질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고발하기도 하더군요. 그걸 보고 우리 현실을 생각하게 됐고, 귀국하자마자 사실상 활동을 시작했죠."그는 YWCA 산하에 소비자모임을 결성해 활동하다가 1970년 3월 한국소비자연맹을 설립했다. 80년부터는 기자직(당시 한국일보)을 그만두고 소비자운동에 전념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대체로 예민해서 좋다, 나쁘다 정확히 판단하기 때문에 소비자 운동이 단기간 내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생산자 모두에게 소비자 운동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시작해서, '값이 왜 이리 비싸냐'는 식의 폭리 문제에 주로 천착하던 시절 등을 거쳐, 이제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에 활동의 무게 중심이 놓이게 됐다.
그는 정부가 올해 1월부터 가동한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소비자 신고가 접수되면 처리과정 등 관련 내용을 누구나 열람해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의미가 있는데 현재는 신고 당사자 밖에 볼 수 없다는 것. 정 회장은 "소비자 운동의 핵심은 개방성과 투명성이다. 세계적인 추세로 봐도 정부가 일괄적으로 불만을 접수해 처리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도 무작정 고발하지 말고,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펴본 뒤 합리적으로 판단 해야 한다며 소비인식 제고를 촉구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매매계약서 등에 환불 등 관련규정이 있음에도 뒤늦게 자기 입장만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딱한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아요.
"정 회장 생각에 한국은 소비자 권익 관련 법령들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 제조자 판매자 등 경제 주체들이 제대로 각성하고 법령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계획을 묻자 그는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모두 소비자예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소비자의) 사소한 불만이 있다면 힘 닿는데 까지 돕겠다는 게 제 계획입니다."
그는 다시 상담 전화를 받으러 사무실로 향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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