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인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의 서울시교육감 당선은 서울 교육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교육과학기술부도 불편하게 할 게 분명하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작품인 고교선택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곽 당선자는 올해 처음 시행된 고교선택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고교선택제가 실시됐지만)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고, 소위 기피학교와 선호학교 등도 극명해졌다"며 "보완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해 손을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교과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교장공모제 또한 도마에 올랐다. 곽 당선자는 교과부가 내건 초빙형 교장으론 학교 현장 개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교장자격증이 있어야만 교장이 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고교 선택제 재검토 유력
고교선택제는 올해 처음 뚜껑을 열었으나, 통학거리와 통학시간 등을 고려한 사실상 '근거리 배정'이 이뤄진데다 경쟁률이 높은 인기 학교와 정원 에 미달한 비인기 학교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
곽 당선자는"고교선택제를 통해 학교가 서열화 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비인기학교로 인해 지역 자체가 슬럼화 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소외지역 학생에게 강남 학군 학교로 입학할 기회를 주는 것보다 소외 지역에 좋은 학교를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교선택제 재검토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주변에서는 곽 당선자가 경쟁률이 높은 인기 학교보다 소외지역의 비인기학교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학교별 교육 환경 격차가 나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고교선택제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예상하고있는 고교선택제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학생 및 학부모 혼란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탓이다.
교장공모제는 내부형으로 바뀔 듯
교장공모제 확대 방안은 교장 매관매직 등의 교육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교과부가 내놓은 카드로, 시교육청은 5월 교장공모제 100% 확대 시행을 발표했다.
그러나 초빙형 교장공모제의 경쟁률이 당초 예상보다 현저히 낮고 서울은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무순위 추천 방식으로 진행돼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문에 곽 당선자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있는 내부형을 선호하고 있다. 그는 "교과부와의 협의를 통해 일정 경력 이상의 평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장공모제가 초빙형이어서 이를 갑자기 없애고 새 제도를 적용할 경우의 혼선이다. 곽 당선자 측은 "이미 발표된 정책을 뒤집어 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내부형공모제는 빨라야 내년부터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내부형은 전국교직원노조가 주장하는 형태에서 이에 따른 논란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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