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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바치는 카네이션 한 송이/ '6·25 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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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바치는 카네이션 한 송이/ '6·25 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입력
2010.06.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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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9월 28일, 한국전쟁 당시 임신한 자신을 두고 북한군에 끌려간 남편의 사진 앞에서 김항태(82) 할머니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손에 든 카네이션을 헌화하며"내가 생전 꽃 한 번 못 달아주고 그냥 보냈소. 여기 경란이 보고 싶지도 않소"라고 흐느꼈다. 김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부축하던 유복자 김경란(60)씨는 오히려 담담했다. "아버지께 처음 드리는 꽃인데 하실 말씀은 없나요?"라는 질문에도 김씨는 "보고 싶죠. 보고 싶죠"라는 말만 반복했다.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ㆍ25 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행사가 열렸다. 6ㆍ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 행사에는 300여명의 납북희생자의 가족들이 모였다. 아버지가 납북됐다는 이경찬(72)씨는 "아무도 아버지 같은 분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피랍된 사실을 북한도, 우리 이웃도 모두 알아주는 게 평생의 소원이다"라고 서럽게 말했다.

납북인사 가족들은 60년 동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한 번도 달아주지 못한 자녀들의 한(恨)을 푸는 행사를 치른 뒤, 납북자 유해송환에 대비해 자녀 30명의 유전자를 채취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온 홍정자(64)씨는 "머지 않은 장래에 (저승에서라도) 뵈면 오늘 꽃 한 송이라도 올려드렸으니 죄송스런 마음이 조금을 가실 것 같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인사는 9만6,000여명에 달한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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